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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엉뚱한 코로나 진단키트 비판…질본 "한국 공식키트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 설치된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자동차 탑승자의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 설치된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자동차 탑승자의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식품의약처(FDA)가 한국의 진단키트는 적절하지 않고, 응급용으로 미국에서 사용하는 것도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국 진단키트는 단일 '면역글로블린항체'로 검사하지만, 미국 진단키트는 복수 항체를 검사한다."

마크 그린(테네시주) 미국 공화당 하원 의원이 지난 11일(현지시간) 열린 하원 청문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린 의원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자 수를 늘리기 위해 한국 진단키트를 수입할 수 있냐는 질문을 미국 FDA에 보냈다. 그런데 FDA 측이 부정적 의견을 담은 서면 답변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그 후 해당 발언이 인터넷 등으로 퍼지면서 한국의 코로나19 진단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부와 국내 전문가들은 해당 발언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국립보건연구원장)은 15일 정례브리핑에서 "WHO(세계보건기구)가 권고하는 최종적인 확진 진단법은 RT-PCR(실시간 유전자증폭 검사법)이다. 국내서도 지금 이걸로 진단하고 있다. 현재 어느 나라도 (미국서 언급한) 항체 검사나 항원 검사법, 신속 진단법으로 진행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권 부본부장은 "한국 RT-PCR 진단 제제의 정확성·신뢰도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일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데, 그 부분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검증이 안 된 상태에서 신속 진단법을 쓰면 어차피 RT-PCR을 반복해야 하기 때문에 신속진단법 자체도 상용화되거나 널리 사용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에 설치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검체 채취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에 설치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검체 채취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브리핑 후 해명 자료를 내고 미국 측 발언이 국내 상황과 전혀 맞지 않다고 재차 강조했다. 중대본은 "그린 의원이 언급한 '면역글로블린항체' 진단법은 코로나19 확진 검사로 채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해당 검사법의 정확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현재 정부가 인증한 RT-PCR 검사법만 확진 검사로 활용하고 있다. 짧은 시간에 쉽게 결과가 나오는 항체 검사법과 비교하면 검체 채취가 쉽지 않고 긴 검사 시간, 고가의 장비 같은 단점이 있지만 가장 정확한 진단법이라고 설명했다.

중대본은 "항체 검사법에 대해 어떠한 회사가 긴급 사용 승인 신청을 해도 일절 인정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확인되지 않은 한국 회사가 미 FDA에 신청한 면역글로블린항체 검사법은 국내에서 시행 중인 공식 확진 검사법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 측이 지적한 진단 키트와 국내 진단법은 아무 상관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에서 승인된 5개 진단 시약은 모두 RT-PCR 제품이다. 이들 제품의 진단 정확도와 관련해선 대한진단검사의학회의 모니터링이 이뤄지고 있다. 식약처는 "현재까지 진단 오류에 대한 부작용은 보고된 바 없다"고 밝혔다. 미국 FDA에서 승인한 4개의 코로나19 진단 제품도 국내와 동일한 방식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에서 사용 승인이 난 코로나19 진단 시약 5개. 모두 RT-PCR 방식이다. [자료 식약처]

국내에서 사용 승인이 난 코로나19 진단 시약 5개. 모두 RT-PCR 방식이다. [자료 식약처]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임시회관에서 열린 대한의사협회 코로나19 대책본부 전문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염호기 위원장(가운데)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임시회관에서 열린 대한의사협회 코로나19 대책본부 전문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염호기 위원장(가운데)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같은날 열린 대한의사협회 코로나19 대책본부 전문위원회 간담회에서도 미국 측 발언이 도마에 올랐다. 간담회에 참석한 김재석 대한진단검사의학회 전문위원은 그린 의원의 주장을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항체 검사는 지금 현재 (코로나19) 진단에선 쓸 수 없다. 앞으로 좋은 제품이 개발되면 일부 쓸 수도 있겠지만, 그 자체로는 진단 검사법으로 쓰긴 어렵다. 그건 우리나라 FDA(식약처를 지칭)나 미국 FDA나 똑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하원 발언을 봤는데 구체적 내용이 전혀 없다. 항체 검사보다는 RT-PCR 검사가 스탠더드(표준)이고, 가장 정확한 방식이다. 2003년 미국에서 처음 개발한 건데 지금 우리가 더 잘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도 15일 담화문을 내고 "한국 진단 키트가 부적합하다는 일부 보도는 큰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학회는 "국내에서 현재 사용중인 진단 키트의 정확성은 문제가 없다. 코로나19 진단검사에 사용하는 시약은 모두 질병관리본부와 학회의 긴밀한 협력하에 평가를 통과한 것에 한해 긴급 사용승인을 받은 제품"이라면서 "최근 여러 회사에서 항원ㆍ항체를 이용한 신속검사법을 개발했다고 주장하지만, 아직 정부로부터 승인 받은 시약은 없다. 환자 진단용으로도 사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종훈·이우림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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