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입구도 위험하다, 코로나 에어로졸 전파 확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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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병원에서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의 진료기록을 학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병원에서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의 진료기록을 학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접촉이나 비말 전파 외에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의 공기 중 전파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우한대 바이러스학 국가중점실험실과 푸단대(復旦大), 상하이환경감시측정센터가 공동으로 ‘우한 지역 신종 코로나 에어로졸의 공기 역학적 특성 및 RNA 농도’ 논문을 생명과학 논문 사전 인쇄본 플랫폼인 바이오리시브(bioRxiv)에 지난 8일 발표했다. 신종 코로나 에어로졸에 대한 첫 현지 조사 결과다. 연구에 따르면 병원 입구나 백화점 등 인구 밀집 지역에서 에어로졸 형태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전염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어로졸은 공기 중 안정적으로 떠다니는 미세한 고체나 액체 입자다. 연구진은 지난 2월 17일~3월 2일까지 환자 구역과 의료진 구역, 공공 구역 세 부류로 나눠 에어로졸 샘플을 포집했다. 장소는 중증환자 집중 치료 병원인 우한대 인민병원과 임시 야전병원 형태로 지어진 우창팡창병원 등 병원 2곳과 백화점, 슈퍼마켓, 지역사회감시측정소 등 인구 밀집 지역이다. 조사 대상지는 총 30곳이다.

신종 코로나 감염증 바이러스 이미지. [질병관리본부 제공]

신종 코로나 감염증 바이러스 이미지. [질병관리본부 제공]

환자 구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가 나타난 곳은 두 병원 모두 화장실이었다. 화장실 공기(에어로졸) 1입방미터(㎥)당 1시간 기준 최대 19개(copy)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RNA가 존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 정부는 지난 4일 발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진료 방안’(제7판)에 ”분뇨와 소변이 밀폐된 환경에서 에어로졸을 조성하고 전파할 수 있어 주의를 기울여 한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연구진은 “분변에 섞여 나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공기 중으로 전파될 수 있다는 증거”라며 “화장실의 소독과 통풍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칸막이 없이 병상이 일렬로 놓여 있는 팡창병원 B구역에서는 신종 코로나 RNA가 1~9/1㎥ㆍ1h였다. 대규모 공간임에도 환자 밀집 치료 시설이다보니 공기 중에 바이러스가 부유하고 있는 것이다. 우한 인민병원 중환자실의 에어로졸 바이러스 농도는 113/1㎥ㆍ1h이었다.

의료진 구역에선 방호복을 갈아 입는 탈의실 공기의 오염도가 가장 심각했다. 팡창병원의 의료진 탈의실 3곳은 18~42/1㎥ㆍ1h로 나타났다. 팡창병원 병실 공기 중 바이러스 검출량의 최소 4.6배다. 연구진은 의료진이 방호복을 벗을 때 바이러스가 공기 중에 떠올랐고 에어로졸 상태로 유지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의료진이 환자를 진료할 때 비말이나 호흡기 방울이 방호복에 침착하고 다시 공기 중으로 옮겨가는 2차 감염이 진행될 수 있다고도 했다. 연구진은 “에어로졸 형태로 감염이 확산된다는 가설을 뒷받침해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팡창 병원 의료진 사무실은 20/1㎥ㆍ1h, 인민병원 의료진 조리실은 6/1㎥ㆍ1h이었다.

생명과학 논문 사전 인쇄본 플랫폼인 바이오리시브(bioRxiv)에 지난 8일 발표된 ‘우한 지역 신종 코로나 에어로졸의 공기 역학적 특성 및 RNA 농도’ 논문. [바이오리시브 홈페이지 캡쳐]

생명과학 논문 사전 인쇄본 플랫폼인 바이오리시브(bioRxiv)에 지난 8일 발표된 ‘우한 지역 신종 코로나 에어로졸의 공기 역학적 특성 및 RNA 농도’ 논문. [바이오리시브 홈페이지 캡쳐]

공공구역 검사 장소 중 인민병원 입구와 백화점 한 곳에서도 공기 중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우한의 한 백화점 입구 에어로졸에서 11/1㎥ㆍ1h 수준의 공기 중 감염이 확인됐고 인민병원 보호자 진출입구의 측정치도 7/1㎥ㆍ1h이었다.

연구진은 “병원이나 인구 밀집 지역 등에서 에어로졸이 잠재적 전파원으로서의 위험성이 높다”며 “고위험지역의 출입을 피하고 불가피할 경우 마스크 착용과 효과적인 위생 처리를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방호복은 반드시 표면 소독을 진행하는 것이 의료진의 감염 위험을 낮추는 데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베이징=박성훈 특파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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