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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이 최고의 경제적 대응…확산세 막으면 실물지표 곧 반등

중앙일보

입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전염병은 인적·물적 자본 손실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보다는 불안 및 경제 심리 위축 등을 통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나왔다. 확산 시간이 짧을수록 회복도 빨랐다. 코로나19가 확산하는 현 단계에선 방역 역량을 집중해 확산 규모를 최소화하는 게 최선의 경제적 대응이라는 의미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고글과 우비를 챙겨 입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출국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고글과 우비를 챙겨 입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출국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한국은행이 8일 ‘주요 전염병과 자연재해로 인한 경제적 영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 내놨다. 과거 사례를 볼 때 전염병의 경제적 영향은 확산 정도, 지속 기간, 치사율 등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는 중국, 홍콩 등으로 크게 확산하면서 중국뿐만 아니라 인접국 경제에 상당한 충격을 줬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2003년 1분기 11.1%에서 2분기 9.1%로 크게 하락했다.

하지만 주로 여행·숙박·운수 등 서비스업 업황 둔화에 주로 기인한 것이었다. 제조업 생산이 일시적으로 소폭 감소했지만, 공급 측면에서 물적 자본의 큰 손실은 없었다. 집중적인 확산 기간이 한 분기(2003년 2분기) 정도여서 회복도 빨랐기 때문이다. 주변국인 한국과 대만도 생산 감소보다는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관광객이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가 한 분기 내에 이전 수준으로 돌아왔다.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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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역시 민간소비 위축이 경제에 큰 부담을 줬지만 확산세가 진정되면서 주요 실물지표가 빠르게 반등했다. 2014년~2016년 서아프리카 지역을 중심으로 크게 퍼진 에볼라바이러스는 달랐다. 확산 장기화와 높은 치사율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취약한 경제기반, 재정 여력 부족 등으로 전염병 확산이 종료된 이후에도 성장세 둔화가 한동안 이어졌다”고 말했다. 한국의 경제 규모와 재정 여력 등을 고려할 때, 코로나19도 확산만 빠르게 차단한다면 V자 회복을 기대할 만하다는 분석이다. 다만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으로선 해외 확산 여부가 또 다른 변수다.

올해 세계경제포럼은 “전염병과 자연재해가 가능성(likelihood)과 충격의 크기(impact) 측면에서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주요 요인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우리나라는 전반적인 위험이 크지 않는 나라로 평가받지만, 코로나19 사태에서 보듯 예측은 쉽지 않다. 한은 관계자는 “상시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임을 인식하고 체계적인 대응 시스템과 전문 인력 양성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핵심 부품·소재는 국산화와 거래선 다변화 등을 통해 공급망 훼손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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