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도 강력 범죄로 골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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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소련이 범죄로 골치를 앓고있다.
지난 4월 발행된 소련 각료회의 (내각) 통보 제7호는 지난해 소련의 각종범죄 발생상황을 소개하면서 「경종을 울리는 범죄발생 숫자」 라고 표현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소련 전체에서 발생한 형사범죄는 1백%만7천2백23건으로 87년에 비해 6만8천7백 건이 증가했다. 또 전체 형사사건의 5%에 달하는 46만3천3백6건이 범인을 체포하지 못하고 있다.
전체 범죄건수의 75%는 국가·사회·개인재산에 대한 절도사건으로 그 대상은 개인의 의류·구두· 라디오· 비디오· 자동차부품에서부터 국가·사회기관의 각종 원료 및 제품까지 광범위하게 걸쳐있다.
지난해 소련에서 발생한 범죄의 특성 중 하나는 강력 범죄의 급증. 살인 35·6%, 강간 17·3%, 강도 17·5%, 중상해 67%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금년 들어 소련의 범죄발생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1월부터 6월까지 범죄발생건수는 1백10만2천5백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6만7천6백50건 (32%)이 증가했다. 특히 범죄 6건 중 1건은 중 범죄였다.
범죄 증가율을 각 구성공화국별로 보면 에스토니아가 88%로 가장 높고 다음이 리투아니아(57%), 아르메디아(49%), 키르기스 (45%)순이다.
소련의 범죄발생 건수를 역사적으로 보면 지난 70년에 이미 1백만 건을 넘어섰고 80년 1백50만 건, 83년 2백만 건을 기록했다. 86, 87년엔 범죄건수가 약간 감소추세를 보이더니 지난해부터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한편 87년의 인구 10D만 명당 범죄건수를 세계 국별로 비교해보면 미국5천, 영국 6천5백, 서독 7천 건에 비해 소련은 6백57건.
아직도 표면상으로는 소련의 범죄실태가 걱정할 정도는 아닌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내용에 들어가 보면 결코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소련의 범죄는 지난해부터 다시 증가 추세로 돌아섰으며, 범죄내용도 강력 범죄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평균 범죄증가율과 비교할 때 살인3·7배, 강도11· 7배, 중상해가 8· 3배나 높은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한가지 특성은 경제범죄와 형사범죄의 연계현상이다. 소련 검찰청과학연구소는 이 같은 현상이 범죄의 조직화·프로페셔널화·대형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소련판 마피아」로 불리는 이들 조직범죄 단은 독자적인 전략과 엄격한 규율로 지하활동을 하며 치안당국의 수사활동에 대항하는 자위조직을 갖추고 사법기관원 매수, 독자적 강물처분조직등 대규모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소련 수사당국은 86∼88년 기간 중 약2건6백 개의 조직범죄 단을 적발했는데 이들은 살인 2백18건, 강도 2백85건을 포함해 약2만 건의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조직범죄 단은 보통 역할이 분담된 조직원들을 수십 명에서 1백 명까지 거느리고 있으며 총기·성능 좋은 자동차· 컴퓨터·도청장치·비디오 카메라까지 갖추고 있다.
경제범죄의 토대가 되는 것이 바로 지하경제.
서방측 소련전문가들은 현재 소련의 지하경제 규모를 전체 GNP의 17∼25%인 1천억∼1천5백억 루블(1백조∼1백50조원)로 추정하고 있다.
우즈베크 공화국의 면화 암거래는 연간 수십 억 루블이나 되며 야채·과일 집하장에서 횡령 또는 도둑맞은 화물의 양은 연간 1백50만 루블 어치나 된다.
더욱 심각한 것은 범죄 단들이 시민뿐 아니라 경찰관까지 협박, 밤이 되면 경찰관·자경 단원들이 이를 두려워해 자취를 감추는 바람에 시민들은 밤에는 외출을 삼가고있다.
지난해 2백63명의 경찰관이 범죄 단에 의해 순직했다.
한편 조직범죄단과 사법기관과의 유착도 증가하고 있다. 지하 백만장자와 경찰, 도둑과 검찰관, 재판관과 투기꾼, 공산당관리와 가드파더가 한통속이 돼 있다. 범죄 단 둘 중 하나는 사법기관 대표자와 연결돼 있으며, 지방에 따라선 이 비율이 80%나 되는 곳도 있다.
범죄연령의 저하경향도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 모스크바시 내무기관에 구류된 미성년범죄자 수는 3만5천 명. 이중 3천5백 명에 형사책임을 물어 조치했다.
미성년 범죄 중 가장 많은 것은 역시 절도. 그러나 최근 자동차도둑·강도가 늘어나는 등 죄질이 나빠지고 있으며 조직 범죄의 초기형태에 해당하는 케이스들이 계속 늘고 있다. <정우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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