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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통령 "마스크 안 써도 된다"는데···美선 11만원 스웨덴산 마스크 '완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권에 들어선 미국에선 정부가 나서서 "아프지 않은 한, 마스크를 살 필요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당부가 무색하게 미국서는 고가의 마스크가 불티나게 판매되고 부유층을 위한 특급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스웨덴산 마스크가 미국서 인기를 얻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에어리넘]

스웨덴산 마스크가 미국서 인기를 얻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에어리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19 대처를 총괄 지휘하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5일(현지시간) 미네소타주에 위치한 마스크 생산업체 3M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보통의 건강한 미국인이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은 낮다"며 "아프지 않은 한 마스크를 살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美부유층은 고급 마스크, 요트, 전세비행기까지 #스웨덴산 매진, 英 N99 마스크는 20~30배 주문 폭증 #日 '6겹 마스크' 이어 '바이러스 차단 걸개'도 등장 #40명이 수작업...뜨거운 물에 손세탁해 반복 사용

그가 이렇게 당부한 이유는 미국 내 마스크가 태부족이기 때문이다. 바이러스와 싸우는 의료진조차 마스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15만여 명이 소속된 미국 최대 간호사 노조 미국 간호사연합(NNU)은 이날 "많은 의료시설이 불안할 정도로 코로나19 대비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NNU 위생 전문가인 제인 토마슨에 따르면 지난달 미전역의 간호사 65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3분의 1 이상이 마스크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스위덴산 에어리넘 마스크. [에어리넘 홈페이지]

스위덴산 에어리넘 마스크. [에어리넘 홈페이지]

그러나 정부의 이런 당부에도 불구하고 미국서 스웨덴산 고가 마스크가 웹사이트에서 전부 매진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6일 보도했다. NYT는 부유층이 코로나19에 대비해 고가의 마스크를 구입하고, 주치의 서비스를 받거나 요트·전세 비행기 등을 이용해 청정지역으로 대피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부유층 중에는 요트를 타고 바하마 등 상대적으로 안전해 보이는 곳으로 떠나려는 이들도 있다.

NYT에 따르면 69달러(약 8만 2000원)~99달러(약 11만 8000원)인 스웨덴의 에어리넘 마스크는 웹사이트상에서 4월 분까지 전부 매진돼 물건을 구할 수 없다. 뉴욕현대미술관(MoMA)의 미술관 숍에서 판매를 개시한 에어리넘 마스크도 전부 동이 났다.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2015년 탄생한 에어리넘(Airinum)은 고급형 마스크 중의 하나다. 창립자 프레드릭 켐페는 친구가 인도에 간 뒤 공기 오염으로 고생하는 것을 보고 마스크를 만들기로 했다. 그는 "호흡만으로도 매년 700만명이 죽고 몇십 억의 사람들이 피해를 본다는 사실이 회사를 시작하게 된 배경"이라고 밝혔다.

5겹의 고성능 필터를 갖췄으며 3D 형상 기억 장치가 부착돼 있어 개인 얼굴에 꼭 맞게 밀착해서 쓸 수 있다. 마스크 본체에는 은(銀)이온(Ag+)에 의한 항균·악취 방지 기술을 썼다. 반영구적으로 냄새의 원인이 되는 세균 증식을 막는다는 설명이다. 마스크 본체는 손세탁도 가능하며 필터를 교환하면 여러 번 쓸 수 있다.

영국 해군이 썼다는 캠브리지 마스크는 평소보다 주문이 20~30배 폭증했다. [캠브리지 마스크 홈페이지]

영국 해군이 썼다는 캠브리지 마스크는 평소보다 주문이 20~30배 폭증했다. [캠브리지 마스크 홈페이지]

NYT에 따르면 영국 캠브리지 마스크사가 제작하는 군사용 등급에 준하는 필터가 부착된 N99 마스크(1개당 30달러)도 평소보다 20~30배 수요가 급증했다. 이 마스크는 제품명도 '해군제독 N99(ADMIRAL N99)'다. 홈페이지에는 "거의 100%에 가까운 오염, 가스,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를 걸러낸다"고 적혀 있다.

일본 마스크 업체, 바이러스 차단 걸개도 내놔

일본제 고가 마스크도 불티나게 팔린다. 사이타마 신문,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1895년 창업한 사이타마 현 하뉴시에 위치한 의류 소재 업체 '고후쿠 의료(互福衣料)'가 개발한 마스크 주문이 급격히 늘었다.

고후쿠에서 개발한 '균 제지(制止) 마스크'는 바이러스를 침투시키기 어려운 6겹의 특수 필터 소재를 사용했다. 전문가 실험에서는 바이러스의 대부분을 막아냈다. 의류업체답게 패션성을 중시한 컬러풀한 무늬가 특징이다. 뜨거운 물에 손세탁하면 반복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인기 요인이다.

1895년 창업한 의류 소재기업 고후쿠의료(衣料)가 생산하는 균 제지 마스크. 여러 번 사용 가능해서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사이타마 신문]

1895년 창업한 의류 소재기업 고후쿠의료(衣料)가 생산하는 균 제지 마스크. 여러 번 사용 가능해서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사이타마 신문]

미야기 현 오사키시에 위치한 고후쿠의 제조 공장에선 평상시보다 4배 이상의 속도로 마스크를 제조하고 있다. 하지만 40명의 종업원이 재봉틀로 수작업으로 만들다 보니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현재는 인터넷 판매를 중지하고 전화 신청만 받고 있다. 인터넷 옥션 사이트에는 이 마스크를 1만 2900엔(약 14만 5000원)에 판매하겠다는 글도 올라와 있다. 인터넷 판매를 중지한 배경에는 이런 폭리 장사를 막기 위한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운동복과 교복 제작을 주로 하던 이 기업은 중국 광둥성에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유행하던 2003년부터 자원봉사의 목적으로 마스크를 만들기 시작했다. 2007년 베트남 정부로부터 제품인증을 받기도 했다. 아오키 츠네오(靑木恒雄) 전무(71)는 아사히신문에 "품귀 현상이 당분간 계속되겠지만, 어르신들과 환자들에게 마스크를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건강이 제일이라고 쓰여진 천. 바이러스 차단 효과가 있다고 해서 인기가 높다. [고후쿠 의료]

건강이 제일이라고 쓰여진 천. 바이러스 차단 효과가 있다고 해서 인기가 높다. [고후쿠 의료]

마스크를 구하지 못한 이들에게는 방에 걸어두는 것만으로 바이러스를 흡착하는 태피스트리 천인 '바이러스 토레룬(바이러스가 떨어진다는 뜻)'을 판매하고 있다. 1개당 가격은 2680엔(약 2만 8000원)인데 인터넷으로 판매하고 있다. 6일 회사 홈페이지에 따르면 일부는 이미 판매가 완료됐다.

아오키 전무는 "옷감에 특수 안전 용액을 침투시킨 상품이며 매달아 두는 것만으로 방 안의 바이러스를 흡착해 바이러스 활성화를 막는다"고 말했다. 사가미하라(相模原) 시에 위치한 생물화학 안전 연구소에서 성능을 실험한 결과 97.6%의 바이러스 흡착이 확인됐다. 아오키 전무는 "마스크가 부족해 곤란한 분들이 걸개를 사용해 조금이라도 안심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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