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마스크까지 뺏나" 비판 커지자 3일만에 말바꾼 교육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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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일 오전 서울 중구 충무초등학교에서 긴급돌봄교실 현장 점검을 하며 마스크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일 오전 서울 중구 충무초등학교에서 긴급돌봄교실 현장 점검을 하며 마스크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의 학교 비축 마스크를 수거하지 않기로 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마스크 부족 사태를 완화하기 위해 학교에서 비축한 마스크를 수거하기로 한 지 3일 만에 방침을 바꾼 것이다. “아이들이 쓸 마스크를 빼앗는다”는 학부모·교사의 비판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4일 교육부와 충북교육청 등에 따르면 정부는 서울·인천·경기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 학교가 비축한 마스크를 수거하지 않기로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전날(3일) 열린 마스크 관련 정부 긴급 대책회의에서 이같이 결정했다”며 “학교 마스크를 수거하지 않고 공급 조절로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이런 방침이 결정되자 3일 오후 늦게 각 시·도교육청 담당자에게 구두로 마스크를 수거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전달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향후 학교 마스크는 수거하지 않으며, 이미 수거한 서울·인천·경기 지역 학교 마스크는 당초 계획대로 개학 전까지 전량 보충해줄 예정이다.

앞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마스크 수급 안정화 조치의 일환으로 공공기관의 마스크를 수거해 일반 시민에게 보급하는 방침을 세웠다. 전국 학교가 비축한 마스크가 1270만개인데, 개학이 연기된 동안 긴급 돌봄교실에서 사용할 분량을 제외한 580만여개를 수거한다는 방침이다.

교육부는 이런 방침을 따라 지난달 29일과 이달 1일에 걸쳐 서울·인천·경기 지역의 학교 비축 마스크 160만장을 수거했다. 향후 대구와 경북을 제외한 지역 학교에서도 마스크 420만여개를 수거하기로 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일 “마스크 수급 안정화에 이번 주가 중요한 만큼 중대본 조치에 협력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4일 오전 인천시 남동농협 하나로마트 앞에서 마스크 구입을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뉴스1]

4일 오전 인천시 남동농협 하나로마트 앞에서 마스크 구입을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뉴스1]

일방적 행정, 혼란만 부추겼다 

하지만 학교 마스크 수거 방침에 대해 비판이 잇따랐다. 한 학교 교장은 “발품을 팔며 어렵게 마스크를 구해놨는데, 정부가 예고도 없이 갑자기 가져가겠다고 한다”며 “상황이 시급한 것은 이해하지만, 학교 비축분까지 가져갈 만큼 대책이 없다는 얘기냐”라고 말했다.

또다른 학교장은 “(마스크를 수거한다는)문자 메시지에 교육감 이름까지 들어있었지만, 혹시 스팸 문자나 피싱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교육청에 급히 확인까지 했다”고 전했다. 학부모 단체 등에서도 “학교 마스크를 돌려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부가 마스크 수거 3일 만에 방침을 바꾼 것은 이러한 비판을 의식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조성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학교 현장과 협의, 공감 없는 일방적 행정이 결국 혼란만 부추긴 셈이 됐다”며 “이제부터라도 정부가 일방적 행정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일선 학교에서는 개학 이후에도 마스크를 제대로 구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조 대변인은 “지금까지 학교 개별적으로 알아서 마스크를 구했는데 앞으로 마스크를 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가 공적 지원체계를 만들어서 학교에 보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윤서·최종권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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