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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 3곡 빌보드 핫100 진입···BTS 끝을 모르는 기록 행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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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미국 뉴욕에서 전시 중인 ‘커넥트, BTS’에 방문한 방탄소년단. [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미국 뉴욕에서 전시 중인 ‘커넥트, BTS’에 방문한 방탄소년단. [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방탄소년단(BTS)이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빌보드는 2일(현지시간) 방탄소년단의 신곡 ‘온(ON)’이 싱글 차트인 ‘핫 100’에서 4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온’은 지난달 21일 발매된 정규 4집 ‘맵 오브 더 솔(MAP OF THE SOUL): 7’의 타이틀곡이다.

타이틀곡 ‘온’ 싱글 4위, 자체 최고 기록 #정국 ‘시차’ 84위, 지민 ‘필터’ 87위 올라 #4연속 앨범 차트 정상 이어 싱글도 선전

이는 방탄소년단이 ‘핫 100’에서 세운 역대 최고 순위이자 세 번째 ‘톱 10’ 진입이다. 2018년 5월 발표한 ‘페이크 러브’로 10위에 오른 데 이어 지난해 4월 ‘작은 것들을 위한 시’ 8위를 넘어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한 것. 한국 가수 최고 기록은 싸이다. 2012년 ‘강남스타일’로 7주간 2위를 기록한 데 이어 이듬해 ‘젠틀맨’으로 5위에 올랐다.

이번 앨범에 수록된 멤버별 솔로곡도 빛을 발하고 있다. 정국 솔로곡 ‘시차’와 지민 솔로곡 ‘필터(Filter)’는 각각 84위와 87위를 기록했다. 앞서 57위에 오른 선공개곡 ‘블랙 스완(Black Swan)’까지 이번 앨범에서만 4곡이 ‘핫 100’에 진입했다. 2018년 ‘아이돌’ 11위, 2017년 ‘마이크 드롭’ 리믹스 28위 등 역대 ‘핫 100’ 진입곡만 11곡에 달한다.

방탄소년단 빌보드 정복기

“두 번째 뮤직비디오로 화력 더 세질 것”

타이틀곡 ‘온’ 키네틱 매니페스토 필름. 1주일 만에 1억뷰를 돌파했다. [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타이틀곡 ‘온’ 키네틱 매니페스토 필름. 1주일 만에 1억뷰를 돌파했다. [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이는 방탄소년단이 대중과 접점을 넓혀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빌보드 양대 메인 차트인 ‘빌보드 200’(앨범)에서는 지난해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를 시작으로 ‘러브 유어셀프 결 앤서’ ‘맵 오브 더 솔: 페르소나’ 등 4연속 1위 행진을 이어갔지만, ‘핫 100’에서는 상대적으로 저조한 성적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빌보드는 “‘온’의 두 번째 뮤직비디오가 지난달 28일 새로 공개된 만큼 다음주 차트(3월 14일자) 성적에서는 스트리밍 화력이 더욱 강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 앨범의 첫 주 판매지수가 총 42만 2000점을 기록해 지난 앨범 ‘맵 오브 더 솔: 페르소나’(23만점)의 두 배에 달할 만큼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주는 동시에 널리 퍼트리는 데도 성공한 셈이다. 방탄소년단은 이날 국제음반산업협회(IFPI) 선정한 ‘글로벌 아티스트 차트’ 7위를 차지하면서 낭보를 더했다. 한국은 물론 비영어권 가수 최초로 2년 연속 ‘톱 10’에 오르면서 명실공히 세계 팝 시장을 이끌어가고 있는 공로를 인정받았다.

28일 공개된 ‘온’의 두 번째 뮤직비디오. 영상미가 돋보인다. [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28일 공개된 ‘온’의 두 번째 뮤직비디오. 영상미가 돋보인다. [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핫 100’ 진입곡이 늘어날수록 지속성도 강화되고 있다. 2주차 ‘핫 100’에서 51위를 기록한 ‘페이크 러브’가 6주간 차트에 머물렀다면, ‘작은 것들을 위한 시’는 2ㆍ3주차 40위로 ‘톱 40’를 유지했다. 총 8주간 ‘핫 100’에 진입하면서 보다 완만한 그래프를 보인 것. 이처럼 지속적인 성과에 포브스는 “방탄소년단은 K팝 인기 그룹이 아니라 한마디로 엄청난 팝스타이자 수십년간 유례가 없던 세계적 현상”이라며 “팝 음악의 기성 위계 구도를 격파하는 것이자 세력 교체의 신호”라고 분석했다.

“기존 K팝 문법 피하면서도 강점 극대화”

이번 신곡 ‘온’ 역시 경계를 허무는 시도가 돋보인다. 다국적 댄서 30여명과 UCLA 마칭밴드 12명과 협업한 대작이다. 리코딩 엔지니어 에릭 레이처스는 ‘온 코멘터리 필름’에서 “BTS 음악은 문화의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마칭밴드라는 미국적 요소를 K팝에 녹여냈다”고 설명했다. 미국 대학에서 열리는 스포츠 경기나 행진에서 주로 등장하는 요소를 차용하는 동시에 인종ㆍ성별ㆍ연령이 다양한 댄서들과 함께 뉴욕의 상징적인 장소인 그랜드 센트럴 기차역에서 컴백 무대를 선보임으로써 자신들이 현재 팝음악의 중심에 있음을 선포한 것이다.

‘더 투나잇 쇼 스타링 지미 팰런’에서 선보인 컴백 무대. [유튜브 캡처]

‘더 투나잇 쇼 스타링 지미 팰런’에서 선보인 컴백 무대. [유튜브 캡처]

미국 싱어송라이터 할시가 피처링에 참여한 ‘작은 것들을 위한 시’보다 대중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되려 지금의 방탄소년단만이 할 수 있는 음악으로 정면돌파한 점이 통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는 “마칭밴드와 협연이나 가스펠을 연상케 할 정도로 강조된 코러스는 기존 K팝 문법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키네틱 퍼포먼스 필름’에 이어 영화 같은 뮤직비디오를 선보이는 등 보는 음악으로서 매력을 극대화했다. 7년 차면 퍼포먼스 비중을 줄일 법도 한데 오히려 이를 강화하면서 K팝의 장점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싸이 때부터 약점으로 지적돼온 라디오 방송 횟수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동안 팬덤 아미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미국 내 50개 주 지역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고 노래를 신청하는 ‘@BTSx50States’ 프로젝트 등을 전개해 왔다. 이에 대한 현지 반응을 묻자 빌보드 칼럼니스트 제프 벤저민은 “솔직하게 말하면 팬들의 지속적인 노력에도 ‘온’이 라디오에서 예전 곡보다 덜 흘러나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는 것은 다른 항목에서 부족한 점수를 상쇄할 만큼 더 큰 영향력을 갖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답했다.

“라디오 덜 나온 것조차 별 문제 되지 않아”

아티스트로서 고민을 담은 ‘맵 오브 더 솔’ 시리즈의 메시지와 현대무용ㆍ현대미술 등과 접목한 마케팅이 맞아떨어진 것도 주효했다. 벤저민은 “많은 K팝 가수들이 미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반복적인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은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은 음악으로 한 단계 다른 차원의 아티스트로 거듭나고 있다”며 “예술을 불어넣음으로써 단순한 팝 앨범을 넘어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곡 안무에서는 현대무용을 전공한 지민의 활약이 특히 두드러진다.

서울 DDP 전시를 방문한 방탄소년단. 코로나 19로 잠정 휴관 중이다. [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서울 DDP 전시를 방문한 방탄소년단. 코로나 19로 잠정 휴관 중이다. [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라틴팝과 접목한 ‘필터’, 알앤비 기반의 ‘시차’ 등 멤버별 솔로곡 외에 새로운 조합을 만나볼 수 있는 것도 이번 앨범의 특징이다. 기존 보컬 라인(진ㆍ지민ㆍ뷔ㆍ정국)과 래퍼 라인(RMㆍ슈가ㆍ제이홉)이 선보인 ‘00:00’과 ‘욱’ 외에도 지민과 뷔의 듀엣곡 ‘친구’, RM과 슈가가 함께한 ‘리스펙트(Respect)’ 등 다양한 유닛을 시도했다. 호주 출신 시아가 피처링한 ‘온’ 리믹스 버전과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트로이 시반이 참여한 ‘라우더 댄 밤(Louder that bombs)’ 등 스펙트럼도 넓은 편이다.

김윤하 평론가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해외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피처링을 섭외했는데 이제는 해외 팝스타들이 먼저 러브콜을 보내는 경우도 많다”며 “결이 비슷한 아티스트와의 만남을 통해 청춘의 어두운 면모가 돋보인 ‘라우더 댄 밤’처럼 새로운 시도를 계속한다면 서로 윈윈하는 상승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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