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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이 지켜본 '20초 연발'···"초대형방사포, 이젠 실전훈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군과 정보당국은 3일 북한이 지난 2일 발사체를 쏘아 올린 것은 초대형 방사포의 본격적인 실전 배치를 염두에 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해 수차례 시험한 이 무기 체계를 이번에 실제 운용 부대 훈련에서 활용했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것이다.

실전부대 훈련 과정에서 동원 #지난해엔 시험 발사 성격 명확 #저고도 궤적으로 요격 어려움

군 당국은 일단 북한의 이번 단거리 발사체를 지난해 수차례 시험 발사한 초대형 방사포와 같은 종류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구경 600㎜급 발사체가 4개 발사관이 탑재된 이동식 발사차량(TEL)에서 등장한 모습이 지난해 10월 31일과 11월 28일 것과 유사하다는 점에서다. 북한은 이들 두 차례 시험을 포함해 지난해 8월 24일과 9월 10일에도 초대형 방사포를 발사했다고 주장했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방위상도 이날 “지난 2일 발사체는 지난해 8월 24일, 9월 10일, 10월 31일, 11월 28일에 발사한 것과 같은 계통의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된다”고 평가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일 전선 장거리포병구분대의 화력타격훈련을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일 보도했다. 사진은 중앙통신 홈페이지에 공개된 방사포 발사 장면으로, 이동식발사대(TEL) 위 4개의 발사관 중 1개에서 발사체가 화염을 뿜으며 치솟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일 전선 장거리포병구분대의 화력타격훈련을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일 보도했다. 사진은 중앙통신 홈페이지에 공개된 방사포 발사 장면으로, 이동식발사대(TEL) 위 4개의 발사관 중 1개에서 발사체가 화염을 뿜으며 치솟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군 당국과 전문가들은 북한이 거듭된 시험 발사를 통해 동시다발적 사격이라는 방사포의 장점을 점차 구현해나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북한은 지난해 8월 24일, 9월 10일, 10월 31일, 11월 28일 등 4차례 초대형 방사포를 시험 발사했는데, 연발 사격 시간은 17분, 19분, 3분, 30초로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지난 2일 연속으로 2발 사격된 발사체는 20초로 간격이 지난해보다 더 줄었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발사 간격이 30초 이하가 돼야 동시다발적 사격이라는 방사포의 장점을 살릴 수 있다”며 “방사포가 커지면 사격 후 진동도 커져 시간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발사간격이 20초라는 점에서 실전 투입이 가능한 방사포 능력이 검증됐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번 발사가 실전 대비 훈련에서 이뤄졌다는 점 역시 눈여겨볼 대목이다. 지난달 29일과 3일 북한 매체의 보도를 보면 동계훈련의 평가 일환으로 합동타격훈련이 지난달 28일 치러졌고 이후 화력타격훈련에서 방사포가 투입된 것으로 파악된다. 시험 발사와는 다른 개념이라는 얘기다.

과거 방사포 시험발사 때 북한 보도 내용을 보면 이 차이는 더욱 뚜렷해진다. 지난해 11월 28일 방사포의 경우 북한 매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개발자들과 함께 국방과학원의 시험사격을 참관했다고 표현했다. 반면 이번 보도에서 김 위원장은 박정천 군 총참모장을 주축으로 전선장거리 포병구부대의 화력타격훈련을 지도했다고 나온다.

류 위원은 “실제 작전을 수행하는 부대가 무기체계를 지원받아 훈련에 나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전선장거리 포병구부대라는 명칭도 눈에 띈다. 이에 대해 군 안팎에선 북한이 전술, 작전, 전략으로 나뉘는 무기체계의 성능 기준 중 초대형 방사포에 대해 작전적 의미를 부여하고 실전 역할을 맡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1월 28일 국방과학원에서 진행한 초대형 방사포 시험 사격을 참관했다고 조선중앙TV가 다음날 보도했다. 산악 지형에서 실시된 지난 2일 발사와 달리 비행장 또는 인근에서 발사를 준비하는 게 눈에 띈다. [조선중앙TV 캡처=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1월 28일 국방과학원에서 진행한 초대형 방사포 시험 사격을 참관했다고 조선중앙TV가 다음날 보도했다. 산악 지형에서 실시된 지난 2일 발사와 달리 비행장 또는 인근에서 발사를 준비하는 게 눈에 띈다. [조선중앙TV 캡처=연합뉴스]

북한 매체가 공개한 사진에서 볼 수 있듯 이번 발사가 산악 지형에서 실시된 것 역시 실전 능력을 강조한 내용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북한이 해당 무기를 비행장이나 그 인근 등에서 발사한 것과는 확연한 차이다. 기술적 지원이 가능한 곳에서 시험 발사를 진행하다가 훈련용으로 목적이 발전한 것 아니냐는 의미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28일 "초대형 방사포의 전투 적용성을 최종 검토하기 위한 데 목적을 두고 진행된 이번 연발시험사격을 통하여 무기체계의 군사 기술적 우월성과 믿음성이 확고히 보장된다는 것을 확증하였다"고 밝혔다. 당시 이를 놓고 “초대형 방사포가 실전 배치를 염두에 둔 최종 성능검증 단계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왔다. 북한 매체는 이번 발사에 대해선 “김 위원장이 전선장거리포병들이 그 어떤 정황에도 신속하게 대응하여 자기의 화력전투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게 준비되어 있는 데 대해 대만족을 표시하시었다”고 전했다.

군 안팎에선 초대형 방사포의 실전 배치가 실제 이뤄진다면 한국 방공망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상당하다. 지난 2일 발사체는 35㎞ 고도로 240㎞를 비행했다. 고위력의 탄두를 갖춘 방사포가 이 같은 저고도로 날아온다면 요격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상승과 하강 단계가 명확한 탄도미사일보다 대응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정용수·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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