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선 '바이오에탄올' 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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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의 오일샌드가 고유가 덕분에 '흑진주'로 부각된 것처럼 3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브라질의 '바이오에탄올' 산업도 요즘 각광받고 있다. 산유국 유전처럼 브라질의 바이오에탄올 산업에도 안정적 자원 확보를 위한 해외 투자가 이뤄지는 실정이다. 바이오에탄올은 사탕수수나 옥수수.고구마 등을 발효시켜 뽑아낸 천연 연료를 가리킨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바이오에탄올은 경제성이 떨어지고 연비가 가솔린보다 낮다는 점에서 '액세서리 연료'로 치부됐다. 하지만 고유가와 환경 이슈가 등장하면서 대접이 달라졌다. 식물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바이오에탄올이 값싼 청정 연료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카길, 프랑스의 루이 드레퓌스 등 세계 농산물 시장을 주름잡는 곡물 메이저들은 최근 브라질 상파울루주 인근 지역과 미나스 제라이스주를 연이어 답사했다. 투자가 조지 소로스, 구글 창시자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등 유명인사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바이오에탄올 관련 투자 기회를 살핀 것이다. 이 지역에는 바이오에너지 원료로 사용되는 사탕수수.대두.피마자 등의 농작물이 풍부하다. 일찌감치 바이오에탄올 상업 생산에 뛰어든 덕분에 경제성도 갖추고 있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주로 사탕수수로 만드는 브라질의 바이오에탄올은 생산 비용이 ℓ당 200원 정도다. 휘발유와 경유의 40%가 채 안 된다.

실제로 고유가 덕분에 바이오에탄올 생산이 늘고 있다. 2005년 바이오에탄올의 전 세계 생산량은 460억ℓ로 전년 대비 13% 증가했다. 이 중 브라질이 생산하는 몫이 30%를 넘는다. 미국.중국.인도 등도 바이오에탄올을 많이 생산하는 나라다. 고유가에 따라 바이오연료 사용이 늘면서, 사탕수수 등을 많이 재배하는 나라들이 '바이오 산유국'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국가 차원에서 브라질의 바이오에탄올에 정성을 쏟고 있다. 일본국제협력은행(JBIC)은 최근 브라질 바이오에탄올 사업 등에 13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중소 규모 사탕수수 및 에탄올 생산업체들에 저금리로 지원하겠다는 내용이다. 일본은 가솔린에 3%의 에탄올을 혼합해 사용하는 의무 법안을 발표, 알코올 수요가 많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브라질 정부는 일본의 참여를 크게 환영하고 있다. KOTRA 상파울루 무역관은 "대체에너지 확보 및 환경 문제로 고심하고 있는 일본이 저금리 금융 지원을 하면서 브라질의 바이오에탄올 공급원을 확보하고, 생산 기술도 이전받으려는 목적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현재 브라질에서 생산 중인 사탕수수의 10% 정도가 해외 투자 자본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은 실제 외국 투자 규모가 크지는 않다는 얘기다. 무역관 측은 "각국 에너지 전문가들은 본격 투자가 이뤄지지 않은 지금이 오히려 투자 적기라는 보고서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브라질의 이웃 아르헨티나도 뒤늦게 바이오에너지 산업을 정책적으로 키우고 있다. 지난 4월 '바이오에너지법'을 제정했다. 이 법안에 따르면 4년 뒤부터 아르헨티나에서 판매되는 휘발유와 경유는 바이오에탄올.바이오디젤 등 식물성 바이오 연료를 최소 5% 섞어야 한다. 또 바이오연료 생산 업체에는 세금 혜택 등 각종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상파울루(브라질)=특별취재팀

◆ 오일샌드=끈적끈적한 중질원유(역청)가 뒤엉켜 있는 검은 모래다. 모래에서 역청을 분리한 뒤 정제 과정을 거치면 액체 상태의 원유가 생산된다. 오일샌드는 매장 위치에 따라 추출 방식이 다르다. 땅 표면에 가까이 묻힌 오일샌드는 굴착기 등으로 퍼서 잘게 부순 뒤 원심분리기 등으로 모래와 분리한다. 지하에 묻혀 있는 오일샌드는 시추정을 뚫은 뒤 뜨거운 증기를 불어넣는다. 원유 성분이 열에 녹아 흘러내리면 이를 시추정을 통해 끌어올린다.

◆ 특별취재팀 : 아프리카=권혁주 기자, 중남미=서경호 기자, 유럽.중앙아시아=심재우 기자, 캐나다=임미진 기자(이상 경제부문), 호주=조민근 기자(국제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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