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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킹 포인트는 필요한데…머나먼 도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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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코로나19로 인해 카타르 오픈에 출전하지 못하는 한국 탁구대표팀은 대신 동유럽 대회에 출전할 계획이다. 사진은 도쿄올림픽 세계 단체 예선전 당시 최효주-신유빈 조. [사진 대한탁구협회]

코로나19로 인해 카타르 오픈에 출전하지 못하는 한국 탁구대표팀은 대신 동유럽 대회에 출전할 계획이다. 사진은 도쿄올림픽 세계 단체 예선전 당시 최효주-신유빈 조. [사진 대한탁구협회]

한국 탁구 대표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탓에 유랑 생활을 해야 할 처지다. 2020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석 달 넘게 먼 곳을 떠돌며 훈련하게 됐다. 쾌적한 고속도로 대신 울퉁불퉁 비포장길을 달려 올림픽으로 가는 모양새다.

‘코로나19 막는다’ 한국 선수 격리 #카타르 못 가는 탁구 동유럽으로 #6월까지 최장 3개월 해외 떠돌아 #배드민턴·유도 등도 비슷한 상황

박창익 대한탁구협회 실무 부회장은 2일 “대표팀이 다음 달 22일 열리는 슬로베니아 오픈과 28일 개막하는 크로아티아 오픈에 참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정 조율이 마무리되는 대로 이달 중 일찌감치 현지로 넘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탁구대표팀의 동유럽 행은 도쿄올림픽 준비 ‘로드맵’에는 없던 일정이다. 갑자기 스케줄을 바꾼 건 코로나19 여파로 남녀 모두 3일 개막하는 카타르 오픈에 출전할 수 없게 되면서다.

대표팀은 당초 카타르 오픈에서 도쿄올림픽 출전에 필요한 단체전 랭킹 포인트를 쌓을 예정이었다. 카타르 오픈은 국제탁구연맹(ITTF) 주관 월드투어 대회 중 최상위 레벨(플래티넘 급)로, 랭킹 포인트가 많이 걸렸다. 올림픽 본선에서 ‘절대 강자’ 중국과 일찍 마주치는 상황을 피하려면 단체전 랭킹 4위 안에 들어 시드를 받아야 한다. 2월 기준으로 남자는 4위, 여자는 6위다.

문제는 카타르 정부가 지난달 23일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은 중국과 한국, 이란에서 건너온 외국인은 입국 후 14일간 격리한다”고 발표하면서 발생했다. 탁구협회가 미리 구상했던 로드맵이 헝클어졌다. 탁구협회가 다양한 채널을 통해 카타르 정부에 “국가대표팀에 대해서는 예외를 인정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유승민 탁구협회장은 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활용 가능한 모든 방법을 다 써봤지만 끝내 선수단을 (카타르에) 보내지 못했다. 일단 ITTF로부터 카타르 오픈 불참에 따른 불이익(랭킹포인트 감점)이 없도록 하겠다는 답변을 받아놓은 상황”이라고 썼다.

소규모 대회(챌린지 급)인 슬로베니아 오픈과 크로아티아 오픈 참가하는 건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코로나19 사태로 상반기에 예정됐던 일본 오픈(4월), 홍콩 오픈, 중국 오픈(이상 5월) 등 주요 월드투어 대회 개최가 불투명하다. 기회가 닿을 때 랭킹 포인트를 모을 필요가 있다. 박 부회장은 “일단 동유럽 대회에 참가하는 거로 가닥을 잡았지만, 해당 지역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방침이 어떻게 바뀔지 몰라 불안하다. 이달 중순을 지나 출국하면 올림픽 개막 전 열리는 마지막 플래티넘 급 대회인 호주 오픈(6월)까지 3개월 이상 해외를 떠돌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종목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은 11~15일 영국 버밍엄에서 열리는 전영오픈 출전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영국 정부가 ‘한국인 입국 후 14일 격리’ 조치를 가동 중이라서다. 대한배드민턴협회가 국가대표 선수에 한해 입국 절차를 간소화하려고 노력 중이지만 전망이 밝지 않다.

한국 유도 대표팀도 13일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열리는 그랜드슬램 대회 참가를 앞두고 비행 일정을 급하게 변경했다. 러시아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자국에 들어오는 한국인은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 출입국관리소를 거치도록 규정을 바꿨기 때문이다.

배드민턴 전영오픈과 유도 그랜드슬램 모두 올림픽 출전권과 관련한 랭킹 포인트가 걸린 대회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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