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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처럼 대구에 ‘직접’ 기부하는 사람들… 마스크는 여전히 부족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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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 한쪽이 다 꽉 찼어요. 정말 착한 국민이 많은 것 같아요."

"기부금 느는데 의료 장비 왜 부족하나" #대구의료원 "주차장 한 가득 기부물품" #의료진에 무료 숙소 제공한 시설에도 #간편식, 양말, 스트레칭 기구 지원 답지

2일 대구의료원 대외협력팀엔 택배 도착을 알리는 문자와 전화가 쏟아졌다. 물과 음료수, 간단한 생필품까지 종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기부품이 답지했다. 모두 일반인들이 보낸 기부 물건들이다.

기부 택배가 늘어나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25일부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들을 치료하는데 물품이 부족한 것이 알려지면서다.

대구의료원 대외협력팀 관계자는 "의료진 물이 부족하다고 하면, 물을 기부해주고 씻을 의료진들이 옷도 못 갈아입고 씻지도 못한다, 생활용품이 없다고 하면 생필품이 답지한다"고 말했다.

일반 국민의 기부는 답지하지만, 여전히 마스크와 보호구 등은 부족한 상태다. 대구의료원은 "마스크 기부도 있지만, 선별진료실과 치료 병동 들어가는 의료진부터 마스크가 지급되다 보니 일반 직원이나 조리사까지 돌아갈 물량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구의료원 주차장에 가득 쌓여있는 기부 물품들. [사진 대구의료원]

대구의료원 주차장에 가득 쌓여있는 기부 물품들. [사진 대구의료원]

'필요하다'면 보내주는 국민, 한 박자 늦는 정부 

일반인들의 기부가 답지하는 것은 대구 동산병원도 마찬가지다. 정부에서 마스크를 지원한다고 하지만 아직 태부족이다. 동산병원 관계자는 "정부에서 지급한 마스크와 의료폐기물 처리하는 통을 보냈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느림보 대응이 무색하게 국민 개개인의 온정은 발빠르다. 동산병원엔 개인들이 보유하고 있던 비접촉식 체온계 한 개까지 택배로 전달되고 있다. 지난 1일 도착한 택배 박스는 총 56개다. 이 역시 모두 일반인이 보낸 기부품이다.

병원 관계자는 "라텍스 장갑이 부족하다는 것이 알려지니 개인이 사서 들고 오기도 하고, 뭐가 필요한지를 묻는 전화도 많이 온다"고 말했다. 인근 식당에선 장어 40인분 도시락을 보내기도 하고, 퇴직한 간호조무사가 자원봉사하겠다는 연락도 오고 있다.

동산병원 관계자는 "여전히 방호복(레벨D)과 고글, 라텍스 장갑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언제까지 이 사태가 지속할지 몰라 답답하다"고 말했다.

대구의료원 주차장 한켠을 가득 채운 일반인들의 기부 물건. [사진 대구의료원]

대구의료원 주차장 한켠을 가득 채운 일반인들의 기부 물건. [사진 대구의료원]

아이유처럼… '직접' 기부 운동 나선 시민들

인터넷 카페에는 대구의료원이나 대구·경북 지역 병원에 부족한 물건을 보내자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대구·경북에 마스크만큼 귀한 것이 비접촉식 체온계라고 한다. 의료진을 위해, 병상이 부족해 병원도 못 가고 숨지는 사례까지 있는 대구·경북 분들을 위해 집에 안 쓰는 비접촉식 체온계 있는 분들은 택배로 발송하자"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연예인인 아이유가 보낸 방호복은 보건소별로 100개씩 왔는데 나라에서 보낸다는 건 못 봤다"는 대구의사회의 지적이 공유되면서 일반인 기부 인증 글도 이어지고 있다. 특정 단체에 기부금을 내기보다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직접 기부'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각에선 "기부금 많아지는데 의료진을 위한 장비와 인력이 부족한 이유를 모르겠다"며 기부금 내용을 공개해달라는 청원도 올라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대구지역 병원 관계자는 "정부에서 지원하는 것들이 실제 병원 현장에서 느껴지지 않는다"며 "국민이 정부보다 낫다는 생각을 한다"고 털어놨다.

[사진 대구 공감게스트하우스]

[사진 대구 공감게스트하우스]

의료진 '무료숙박' 내건 대구 게스트하우스에도 쏟아지는 온정

대구 중구의 공감 게스트하우스에는 트렁크를 끌고 오는 의사와 간호사들이 속속 도착하고 있다. 허영철 공감 게스트하우스 대표는 최근 자원봉사하러 온 의료진들이 묵을 곳이 없어 모텔을 찾아다닌다는 이야기를 듣고 방을 내주기로 했다.

지난 주말부터 입실을 시작해 이날까지 짐을 푼 의사와 간호사는 총 10명. 서울과 광주, 인천 등 전역에서 의료진들이 찾아오고 있다. 의료진이 더 늘어날 것을 고려해 방을 20개까지 준비하고 있다.

의료진을 위한 숙박 기부 소식이 달려지면서 이곳으로도 기부 택배가 쏟아지고 있다. 사과와 배, 라면, 간편식이 답지하고 있다. 최근엔 "의료진들이 양말 빨아 신기가 힘들 것 같다"며 양말을 기부해온 시민도 있었다. 종일 병원에서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일 의료진을 위해 스트레칭 기구를 기부한 곳도 있다.

의료진은 이곳에서 1인 1실을 사용한다. 의료진이 진료를 위해 오전에 나가면 각 방을 살균 소독하고 청소하고 있다.

허 대표는 "의료진과 직접 접촉하면 안 된다고 해 감사 인사를 제대로 전하지 못하고 있다"며 "의료진들이 기본적으로 3주에서 한 달을 계획하고 찾아오고 있다.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가 진정될 때까지 무료 숙박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지금까지 도착한 택배는 모두 40여개. 그는 "의료진들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하고 밤 10시에나 들어오고 있다"며 "이곳 의료진도 마스크와 손 소독제가 제일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허 대표는 "일반 국민도 마스크와 손 소독제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마스크 기부가 적은 것뿐"이라며 "오히려 국민 기부에 감동하고 있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대구 ·경북에 직접 기부하고 싶다면

확진자가 대거 몰려있는 대구·경북에 기부를 하고 싶다면 아래의 연락처로 택배를 보내거나 기부 의사를 전달하면 된다. 대구의료원과 대구 동산병원 등 대구지역엔 여전히 마스크와 손소독제, 라텍스 장갑, 체온계, 보호경이 부족한 상황이다.

대구의료원 대외협력팀(대구광역시 서구 평리로157, 053-560-9331)
대구 계명대 동산병원 대외협력팀(대구광역시 달서구 달구벌대로 1035, 053-258-7203)
대구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홍보팀(대구광역시 대구광역시 중구 달성로,  053-258-7192)
대구 공감게스트하우스(대구광역시 중구 중앙대로79길, 070 8915-8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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