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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풀고, 세금 깎고, 금리 내리고…세계 각국 ‘경제처방 총동원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 각국이 경제 처방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경제에 끼치고 있는 악영향이 예상을 뛰어넘으면서다. 미국에 이어 일본 중앙은행도 ‘구두 개입’에 나섰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 [로이터=연합뉴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 [로이터=연합뉴스]

2일 오전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BOJ) 총재가 이례적으로 긴급 성명을 냈다.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적절한 금융시장 조정, 자산 매입 조치를 시행하겠다”며 “충분한 자금 공급, 금융시장 안정 확보에 나서겠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 “충분한 자금 공급” #파월 미 Fed 의장 “코로나에, 적절한 조치” #중국 이어 이탈리아 등 감세, 재정 투입 #코로나 차단, 전 세계 경제처방 공조

일본 중앙은행 총재가 긴급 성명을 내는 건 매우 드문 일이다. 2016년 6월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과 함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관련한 공동 성명을 낸 이후 4년 만이다.

앞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도 코로나19 관련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 28일(현지시각) “코로나바이러스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적절한 도구와 조치를 앞으로 활용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신화=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신화=연합뉴스]

시장은 이달 Fed의 정책금리 인하도 기정사실로 하는 분위기다. 이제는 Fed가 몇 번에 걸쳐, 얼마나 금리를 내릴 것인가로 시장의 관심이 옮아갔다.

미국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Fed가 오는 17~18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를 비롯해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바클레이스, 씨티 등 주요 투자은행은 두세 차례에 걸쳐 Fed가 금리를 인하하겠다고 봤다. 연 1.5~1.75%인 현 금리가 0%대에 근접할 것이란 전망이다.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이탈리아도 ‘급한 불 끄기’에 나섰다. 1일 이탈리아 당국은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36억 유로(약 4조8000억원) 규모의 재정 지원책을 발표했다. 매출이 25% 이상 줄어든 기업을 대상으로 세액 공제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탈리아 국내총생산(GDP)의 0.2%에 해당하는 지원 규모다.

블룸버그통신은 “캐나다, 영국, 호주, 유럽중앙은행(ECB) 등이 연쇄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공조 분위기에 아시아 증시는 잠시 안정을 찾았다. 2일 한국 코스피는 하루 전보다 15.50포인트(0.78%) 상승한 2002.51로 거래를 마치며 2000선을 회복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3.15%)와 중국 선전종합지수(3.77%)는 나란히 3%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홍콩 항셍(0.62%), 일본 닛케이225(0.95%) 등 다른 아시아 주요국 증시도 상승 마감했다.

2일 코스피를 비롯한 아시아 주요 증시가 반등했다. 2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연합뉴스]

2일 코스피를 비롯한 아시아 주요 증시가 반등했다. 2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연합뉴스]

하지만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각국 중앙은행과 재정 당국이 앞다퉈 경제 처방 ‘총동원령’을 내리는 것도 코로나19 확산세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정책 담당자와 투자자의 예상보다 더 심각한 수준으로 코로나 확산이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세계 최대 채권 운용사 핌코는 “코로나에 대한 각국 중앙은행의 대응 속도는 느리다”고 지적했다.

국제금융센터는 “지난주 중국의 코로나19 확산이 진정세로 전환했지만 그 외 지역 확진자가 급증하고 전염 국가도 28개국에서 58개로, 30개 증가했다”며 “이번 주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에 대해 ‘팬더믹(세계적 유행ㆍPandemic)’ 단계로 진입했음을 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주요 피해국의 경제 전망 하향 조정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조현숙ㆍ배정원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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