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급조한 토양엔 결실 없다" 조현아 '3자 연합' 비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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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아(왼쪽)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연합뉴스

조현아(왼쪽)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연합뉴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급조한 토양에 심은 씨앗은 결실을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한진그룹 명운이 달린 이달 말 한진칼 주주총회를 앞두고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로 구성된 '3자 연합'의 공세가 이어지자 3자 연합을 '급조한 토양'에 빗대며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 회장은 2일 대한항공 창립 51주년을 맞아 사내 인트라넷에 올린 기념사에서 "가치 있고 소중한 우리의 씨앗은 마땅히 좋은 곳에 뿌려져야 한다"며 "이런저런 재료를 섞어서 급조한 토양, 이해관계나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변하고 기업을 그저 돈벌이 수단으로만 여기는 자리에 심어진 씨앗은 결코 결실을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자신을 중심으로 한 현 경영진을 '성숙한 땅'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는 "오랜 세월 비바람을 견뎌낸 성숙한 땅, 씨앗을 소중히 품어주고 충분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기꺼이 도와줄 수 있는 그런 자리가 임직원 여러분의 일상과 헌신, 희생을 심기에 합당하고 적당한 토양"이라며 "그곳은 다름 아닌 대한항공이라는 이름 아래 하나된 '우리'이며 반세기 역사를 관통하는 '수송보국'이라는 가치"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반세기를 넘어 기업의 100년을 향한 원년을 맞아 우리가 직접 대한항공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씨앗을 함께 뿌리며 나아가면 좋겠다"면서 "국가의 부름에 자신의 안위조차 뒤로 하는 우한행 전세기에 자원해 탑승한 여러분들의 헌신과 희생 또한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값진 씨앗"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바라는 결실을 보기까지 과정이 항상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하루하루 성실히 씨앗을 뿌리고 그 씨앗에 담긴 가치 있는 미래를 보며 사랑과 정성으로 가꾸어 나아가자"고 덧붙였다.

대한항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별도의 창립기념식 행사는 갖지 않았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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