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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병의 도시에서 학생 아닌 언론인의 책임감을 느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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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김정기 한양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김정기 한양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코로나19’의 진원지 중국 우한의 제자와 인터넷 소통을 하고 있다. 봉쇄된 그녀는 졸업식(2월 21일) 없이 졸업했다. 엄마와 함께 참석하여 석사학위 취득의 기쁨과 감사함을 나누겠다고 했는데 안타까웠다.

우한에 봉쇄된 제자 전해온 소식 #“절박한 코로나 현실 기록할 것” #사실 취재·보도의 저널리즘 중요

“안녕하십니까? 귀국 후 여러 상황 때문에 연락을 드리지 못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혹시 뉴스나 다른 미디어를 통하여 알게 되신지 모르겠지만… 제 고향, 우한은… 도시가 이미 봉쇄되었으며… 독서실과 도서관과 같은 개방적인 장소도 모두 일시 폐문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가정과 고향을 위하여 소독과 방역의 절차에 따라 가사 일을 하고, 미디어를 수시 팔로우하고 있으며 정보를 추적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글도 쓰고 수많은 루머를 응대하며 사실을 기록하기 위하여 영상물도 제작할 예정입니다. 하여튼 이때 저는 그냥 방학 중인 학생이 아니고 언론인의 책임감을 느낍니다.”

가정과 고향과 나라를 생각하고, 공부한 언론의 힘을 믿는 제자는 봉쇄를 넘어 감동으로 내게 왔다. “자네 같은 청년이 있어서 우한과 중국의 장래는 밝다고 생각하네. 어려움을 극복하리라 믿네. 어디든 정치하는 사람들의 각성과 분발이 필요한 세상이네…” 나의 답 메일이었다.

“밤의 캠퍼스는 영화처럼 몹시 고요하며 어두운 것으로 되었습니다. 도시의 봉쇄 상태는 아직 그대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온 나라는 힘을 써서 이 바이러스의 재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도움도 많이 받았습니다.”

“장시간 외출할 수 없고 물자 구매도 어렵기 때문에 몸이 잘 적응하지 못하고 알레르기가 때때로 생깁니다. 끝이 보이지 않은 기다림과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초조한 정서가 극복하기 어렵습니다. 그것은… 역병의 중심 도시에 처하지 않은 사람들이 공감하기 어려운 일이네요. 우한 사태를 겪으며 언론의 중요성을 새삼 생각해 봅니다.”

코로나19의 위험성을 공개적으로 제기한 우한의 의사 리원량이 사회의 안정을 해쳤다고 제재를 받고, 감염자들의 치료에 힘쓰다 34세의 나이로 요절했다.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여 최적의 방역 시기를 놓쳤고 미증유의 난리가 났다고 중국의 지식인, 교수, 대학생, 시민, 네티즌, 비(非)공산권 세계로부터 한탄과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언론이 제 역할을 못 할 때 사회적 재앙이 닥친다는 것을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이다.

언론은 역사적 맥락과 사회체제에서 형성되는 것이어서 중국, 미국, 한국, 북한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양식과 콘텐츠가 다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저널리즘은 민주주의가 없는 상황에서도 존재할 수 있지만, 민주주의는 저널리즘이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코로나 사태’에 대한 언론의 보도에 대하여 공포심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는 집권세력의 언급은 적절치 않다. 과장과 왜곡의 가짜뉴스와 허위뉴스는 당연히 법적으로 단속되어야 한다. 그러나 전문직의 기자들이 코로나의 현장, 불안한 시민, 전문적인 의견의 홀대로 답답한 전문가, 치료 현장에서 봉사하는 의사들을 취재한 정보로 쓰는 보도에 대한 시비는 코로나 사태 해결과 나라의 안정을 위해 도움이 되지 않는 몽니 행위이다. 시민의 협조를 위해서라도 코로나의 현실(reality)을 취재하고 다양한 측면에서 보도하는 뉴스저널리즘이 필요하다.

뉴스저널리즘은 소비재 상품(commodity)이지만 일반 상품과는 다르다. 사실성, 공공성, 공정성, 독립성, 진실성, 투명성과 같은 독특한 가치를 지닌다. 이 가치들은 무언가를 감추려고 하는 권위주의 권력의 본질과 드러내려고 하는 저널리즘의 본질을 구분하는 경계이다. 저널리즘은 “공적 사안에 대한 토론은 아무런 규제 없이, 활기에 넘치고, 널리 열려 있어야 한다는 원칙”(마이클 셔드슨, 『뉴스의 사회학』, 이강형 옮김)의 실행을 통해 ‘감시견의 역할, 시민의 알 권리 충족, 민주적 소통과 여론 형성’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신성한 책임을 지닌다.

김정기 한양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