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당내 2인자 이만건 공개해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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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9일 노동당 확대회의를 열어 코로나19 방역 관련 특단의 대책을 논의했다 . 사진은 김 위원장이 북한군 합동타격훈련을 참관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9일 노동당 확대회의를 열어 코로나19 방역 관련 특단의 대책을 논의했다 . 사진은 김 위원장이 북한군 합동타격훈련을 참관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북한이 7000여 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시대상자를 격리한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상을 걸었다. 북한 매체들은 지난달 29일 김 위원장이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소집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초특급 방역 조치를 취하고 엄격히 실시’하는 문제가 토의됐다고 보도했다.

“비리” 공개해임 장성택 이후 처음 #코로나19 비상에 기강잡기 분석

특히 북한은 회의에서 당내 사실상 2인자인 이만건 조직지도부장과 농업 사령탑인 박태덕 당 부위원장을 해임했다고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극도로 관료화된 현상과 행세식 행동들이 발로되고 우리 당 골간 육성의 중임을 맡은 당 간부 양성기지에서 엄중한 부정부패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해임 이유를 밝혔다. 북한이 조직지도부장 등 당 고위인사를 비리 혐의로 해임했다고 공개한 건 2013년 12월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이후 6년여 만이다.

이를 두고 북한이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에 봉착하자 내부 기강잡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북한은 김 위원장의 인민군 화력 타격훈련 현지지도를 고위 간부 해임 사실과 같은 날 공개했다”며 “김 위원장의 정상적인 통치 모습을 보여 코로나19에 대한 주민들의 공포심을 덜어 주면서도 고위 간부의 비리에 초점을 맞춰 결속을 유도하려는 의도가 깔렸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이날도 코로나19 확진자가 없다는 공식 입장을 유지했다. 그럼에도 노동신문은 1일 평안남도와 강원도에 각각 2420여 명, 1500여 명의 감시 대상자가 있고, 이들에게 땔감과 식량 보장 대책을 세웠다고 밝혔다. 지난달 24일 조선중앙방송이 평북에 3000여 명의 의학적 감시자들이 있다고 밝힌 점을 고려하면 최소한 약 7000여 명의 의심자가 발생해 격리한 것으로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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