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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구단주 모욕으로 분데스리가 경기 중 두 차례 중단

중앙일보

입력

뮌헨 원정석이 호펜하임 구단주 호프를 비난하는 현수막을 걸었다. [AP=연합뉴스]

뮌헨 원정석이 호펜하임 구단주 호프를 비난하는 현수막을 걸었다. [AP=연합뉴스]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에서 경기 도중 두 차례나 중단 사태가 벌어졌다. 원정팀 응원석에서 홈팀 구단주를 모욕하면서다. 1일(한국시각) 독일 진스하임 프리제로 아레나에서 끝난 호펜하임과 바이에른 뮌헨의 2019~20시즌 정규리그 경기다.

뮌헨 원정석 호펜하임 호프 비난 #양팀 선수들 볼 돌리기로 맞서

원정팀 뮌헨이 6-0으로 크게 앞서가던 후반 21분, 주심이 경기를 중단했다. 뮌헨 응원석에 호펜하임 구단 최대 투자자인 디트마르 호프를 비난하는 현수막이 걸렸기 때문이다. 뮌헨의 한스-디터 플리크 감독과 선수들이 원정 응원석으로 가서 호프 모욕을 중단해달라고 부탁한 뒤에야 경기는 재개됐다.

호프는 '50+1' 규정에 예외조항을 활용한 인물이다. 분데스리가에만 존재하는 '50+1' 규정은 구단과 팬 등이 지분의 과반인 51% 이상을 보유해 기업이나 외국 자본 등이 대주주가 돼 구단 운영을 좌우하는 것을 막는 분데스리가만의 독특한 구단 소유 형태다. 리그 경쟁력 저하와 우수 선수 유출 등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있다. 하지만 지역 팬 중심으로 팀을 운영하기 위한 장치인 50+1 규정에 대한 분데스리가 팬들의 자부심은 크다.

호프는 생긴 2015년 특정 팀을 지원한 사람이나 기업은 해당 구단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한 예외조항이 생기자, 호펜하임 구단 지분 96%를 사들여 최대 투자자에서 사실상의 구단주가 됐다. 당시 5부 리그에 속했던 호펜하임은 호프의 투자 이후 승격을 거듭해 2008~09시즌부터 줄곧 1부리그 팀이다. 독일 프로축구에서 개인으로는 처음 구단을 소유하게 된 호프는 다른 팀 팬들에게 공공의 적이 됐다.

후반 32분 같은 상황이 반복됐다. 그러자 이번엔 뮌헨 구단 임원들까지 나서서 원정석 뮌헨 서포터스를 말렸다. 다시 경기는 이어졌고, 양 팀 선수들은 서포터스에 대한 무언의 항의를 그라운드에서 보여주기로 뜻을 모았다. 양 팀 선수들은 미드필드 진영에서 서로 공을 돌리며 남은 경기 시간을 흘려보냈다. 상대 선수와도 패스를 주고받았다. 호펜하임 홈 팬들은 양 팀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뒤 양 팀 선수단 및 관계자는 그라운드로 내려온 호프와 함께 호펜하임 팬들에게 인사했다.

AP에 따르면 칼 하인츠 루메니게 뮌헨 회장은 경기 후 "너무나도 부끄럽다. 분데스리가에서 모두 함께 해결해야 할 일이 결국 벌어졌다"면서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관중석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에 눈을 감아왔다. 축구의 추한 모습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막판 공 돌리기에 대해서는 "선수들이 주심과 상의한 뒤 아이디어를 냈다"고 설명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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