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내 격리는 파탄상태였다"…승객 하선시킨 아베에 화살

중앙일보

입력

"선내 격리는 파탄 상황이었다."

크루즈서 하선 남성 아사히에 고백 #"결과 모르는 80명이 갑판서 운동" #하선 승객 양성판정에 日사회 동요 #정부 "건강체크 강화" 뒷북 조치 #

23일까지 692명의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 19)확진자가 발생한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서 지난 20일 하선한 일본 나가노현 거주 70대 남성이 24일 아사히 신문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신종 코로나 감염증 확진자가 692명(23일 현재) 발생한 일본의 대형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호가 지난 4일 일본 요코하마 항 앞바다에 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 감염증 확진자가 692명(23일 현재) 발생한 일본의 대형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호가 지난 4일 일본 요코하마 항 앞바다에 떠 있다. [연합뉴스]

자신은 음성 판정을 받아 일단 하선했지만 "(현재)감염돼 있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 남성은 15일 선내에서 바이러스 검사를 받았다. 그런데 그가 문제시한 것은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의 며칠간이다.

검사 결과를 알 수 없는 그 며칠 사이에 승객들이 갑판에 올라 산보 등을 했다는 것이다.

 이 남성도 하루 걸러 갑판에 나갔는데, 많을 때엔 70~80명이 갑판 위에 있었다고 증언했다.

당시엔 선내에서 많은 감염자가 발생했던 시기였다.

하지만 크루즈내 격리는 이렇게 구멍이 숭숭 뚫려있었고, 이런 허술한 상황에서 본인은 배에서 내렸지만, 감염됐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했다.

선내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고 지난 19일 크루즈선에서 내린 도치기현의 60대 여성이 지난 22일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일본 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이 여성과 같은 경우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 60대 여성처럼 정부의 권고에 따라 배에서 내린 뒤 전철과 고속버스, 항공기 등을 통해 귀가한 사람이 수두룩하다.

일본 정부는 당초 "지난 5일 이후엔 승객들의 객실 격리 조치가 실시됐기 때문에 감염 가능성이 거의 없다. 증상이 없고, 검사에서 음성판정을 받았다면 2주간의 건강관찰기간이 경과한 19일부터는 배에서 내려도 된다”고 했다.

심지어 19~21일 약 970명을 하선시키면서 “대중 교통시설을 이용해 귀가해도 된다”,"일상생활로 돌아가라"고 했다.

하지만 “선내 격리는 파탄이었다”는 승객의 고백처럼 실제 배 안의 상황은 일본 정부의 주장과는 판이했다는 증언이 연일 터져나오고 있다.

19일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서 내린 승객들을 태운 버스가 요코하마역에 도착했다. [윤설영 특파원]

19일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서 내린 승객들을 태운 버스가 요코하마역에 도착했다. [윤설영 특파원]

아베 내각은 곤혹스럽다.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후생노동상은 23일 회견에서 "하선 뒤 양성 판정을 받은 60대 여성의 경우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5일 이후에 감염된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판단재료를 갖고 있지 않다"고 극도로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일본 정부는 ‘정기적’으로만 하겠다던 크루즈선 하선자에 대한 전화 건강 체크를 ‘매일’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또 하선자들에 대해 "되도록 대중교통 이용을 피하라"고 요청하기로 했다.

승객을 하선시킨데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뒷북 대응에 나선 것이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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