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성지순례를 다녀온 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확진자가 18명(23일 오후 4시 기준) 발생한 가톨릭 안동교구 신자들의 감염경로가 오리무중에 빠졌다.
지난 8일 안동교구 신자 39명(가이드 1명 포함)은 국적기를 타고 이스라엘로 출국, 성지순례를 마치고 16일 귀국했다. 귀국 후 닷새가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모두 18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들이 이스라엘로 출국할 당시만 해도 이스라엘은 코로나19 청정지역이었다. 안동교구 관계자는 “출국할 때만 해도 이스라엘에서는 중국인이나 14일 이내에 중국을 경유한 사람은 입국을 금지하고 있던 상태였다”며 “그때까지 한국의 공항이나 비행기 안에서도 감염된 사례는 없었다. 그래서 이스라엘 성지 순례가 위험하리라는 생각은 못했다”고 말했다.
39명의 순례객은 이스라엘 현지에서도 순례객 전용 버스를 타고 마스크를 낀 채 이동했다고 했다. 안동교구 관계자는 “1인당 마스크를 3개씩 지급하고, 혹시라도 모르니 착용을 당부했다. 성지 순례 중에도 마스크를 꼈고, 한국의 공항과 출국장에서도 전원이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였다”며 “순례 기간 중에 감기 증세도 유심히 관찰했다. 순례객 중 감기나 폐렴 증세를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저희도 감염경로가 너무 애매해 내부적으로 자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정부의 역학조사 결과도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은 여름에 기온이 너무 올라가 겨울철이 성지순례의 성수기로 꼽힌다. 가톨릭뿐 아니라 개신교에서도 겨울철에 이스라엘 성지 순례를 떠나는 사람이 많다.
가톨릭 안동교구는 3주간 미사를 중단하고, 성지순례를 담당한 가톨릭신문의 서울 본사 사무실을 폐쇄하기로 했다. 또 신문사 직원들은 자택 근무를 하도록 조치했다.
한편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을 이유로 가톨릭 대구교구도 긴급지침을 통해 “교구 내 성당과 기관, 학교, 수도회와 그밖에 한티성지와 성모당, 관덕정 등의 성지에서 신자들과 함께하는 미사를 일단 2주 동안 진행하지 않는다”며 “모든 집회를 중지하고, 성당 내에서 일절 모임을 가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백성호 종교전문기자 vangog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