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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묘사 섬세한 권여선 소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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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4호 21면

아직 멀었다는 말

아직 멀었다는 말

아직 멀었다는 말
권여선 지음
문학동네

이 분, 변신하려나 보다. 우리 시대의 소설가. 이런 타이틀이 과하다면 그중 하나로 뽑지 않는다면 목록이 이상해질 작가 권여선 말이다. 4년 전 소설집 『안녕 주정뱅이』의 인상이 너무 강렬했기 때문일 게다. 알코올 의존증 의심자들을 소설집에 대거 등장시켜 인생 밑바닥, 사회의 반지하, 그야말로 기생충이라고 할 만한 사람들의 고통을 들춘 바 있다.

이번 소설집 맨 앞에 실린 단편 ‘모르는 영역’이 결정적이다. 어딘가 ‘주정뱅이’들과 다른 것 같다. 화가로서 입지를 다지는 데 성공한 대학교수 남명덕과 다큐를 찍으러 다니는 그의 딸 다영 사이에 벌어지는 갈등과 애틋함의 드라마다. 그런데 두 사람의 심리라면 털끝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미세한 신경 줄다리기를 섬세하게 전한다. 0점 아니면 100점, 이런 이분법으로 설명되는 가족 관계는 없다. 좋았다가 싫어지고, 지나쳤다 싶으면 한 발 빼는 모습이 보다 진실에 가깝다. 그런 부녀 관계가 ‘리얼’하게 그려져 있다.

‘작가의 말’도 놓치지 말기 바란다.

신준봉 전문기자/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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