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 안된 행정 실수? BK21은 장학금 성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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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교육부총리는 30일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정면돌파 의지를 밝혔다. '사실을 밝힙니다'란 제목의 '해명서'를 통해서다. A4용지로 다섯쪽이나 되는 장문이다. 해명서에서 그는 '학자적 양심을 걸고'라는 표현을 쓰며 '결백'을 주장했다. '사실''진실'이란 단어도 여러 번 사용했다.

그는 한 가지 문제에 대해서만 재차 사과했다. 두뇌한국(BK)21 업적과 관련, ▶하나의 논문을 중복 발표해 두 개의 업적으로 보고하고▶BK21 이전 논문을 다시 재탕해 BK21 업적으로 올린 것과 관련해서다. 그는 "의도되지 않은 행정적 실수"라는 새로운 표현을 사용했다.

◆ "자기표절, 재탕 주장은 악의적"=BK21 업적 제출과 관련, 김 부총리와 같은 팀에 있었던 건국대 소순창 교수는 27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김 교수가 마지막으로 검토한 뒤 (교육부에) 제출했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가 교육부에 제출하기 전에 리스트를 봤다는 얘기다. 소 교수는 김 부총리와 절친한 제자다. 그러나 김 부총리는 이날 "실무자의 실수로 일어났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국민대 출판물에 논문을 중복 게재한 걸 두고 '자기표절''논문 재탕'이란 비판이 제기되는 데 대해 "악의적 비판"이라고 했다. "중복 게재 여부는 해당 출판물 편집 주체의 기준과 판단에 의해 이뤄진다"며 "등재 학술지는 비교적 엄격한 잣대를 지니지만 국민대에선 재게재를 허용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사립대 총장은 "(논집에 실린 논문을 다른 곳에 게재하려면) 반드시 언제, 어디서 사전에 발표한 논문이라고 명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사립대 총장도 "내용은 똑같고 제목만 다른 건 사기극"이라고 했다. 교수노조는 "연구비가 걸린 과제를 제목까지 바꿔 가면서 보고한 것이 제자의 단순 실수였다는 김 부총리의 해명을 믿을 수 없다"며 반발했다.

◆ "국민대 출판물은 전국 학술지?"=국민대 출판물에 대한 논란도 있다. 이날 김 부총리는 주요 학술지와 국민대 출판물을 구분했다. 국민대 출판물이 주요 학술지가 아니란 얘기였다. 실제 그는 국회 교육위에 '연구논문 목록'(92편)을 제출할 때 국민대 논문을 단 한 편도 포함시키지 않았다.

그러나 BK21 실적을 보고할 때 김 부총리는 스스로 국민대 '사회과학연구'를 '국제적 수준 및 전국 규모 학술지'로 분류했다. '주요 학술지'인 양 주장한 셈이다. 그의 실적 8편 중 세 편이 '사회과학연구'에 실렸다. 일부 교수들은 "필요에 따라 주요 학술지가 됐다가 안됐다가 하느냐"며 "업적을 부풀리기 위해 멋대로 학술지의 권위까지 바꾸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 "BK21은 연구사업이 아니다"=김 부총리는 이날 논문을 재탕, 연구비를 두 곳(1995년 학진, 99년 BK21)에서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연구비 이중 수령의 파렴치한 짓을 결코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학술진흥재단의 연구비를 받아쓴 논문(공익적 시민단체의 정책적 영향력에 관한 연구)이 어떻게 99년 BK21 업적 리스트에 올랐는지에 대해선 해명하지 않았다. 인천대 조전혁 교수는 "이미 끝난 연구 주제를 다시 연구했다고 올리고 돈 받는 게 이중 수령"이라고 비판했다.

김 부총리는 "BK21은 교수에게 지급되는 연구비가 아니라 우수한 후속세대 양성을 목적으로 지급되는 자금이어서 교수가 받는 건 미미하다"고 했다. 그러나 BK21 참여 교수들은 "그래도 결국 연구비"라며 "BK21 수행과정에서 논문 편수에 따라 성과급을 받는다"고 전했다. 실제 BK21 사업 평가 기준(총점 500점)엔 연구비 관리(40점)와 교수연구활동(50점) 등의 항목이 있다는 것이다.

고정애 기자, 강승우.김윤미 인턴기자<ockham@joongang.co.kr>
사진=신동연 기자 <sdy11@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shin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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