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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단위 손실 불가피…라임 펀드 투자금 언제 얼마나 돌려받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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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가 지난해 10월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펀드 환매 연기 사태 관련 기자 간담회에서 펀드 환매 연기 사태를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가 지난해 10월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펀드 환매 연기 사태 관련 기자 간담회에서 펀드 환매 연기 사태를 설명하고 있다. [뉴스1]

라임자산운용(이하 라임)이 환매를 중단한 사모펀드에서 1조원대 손실이 예상되는 '대형 참사'가 벌어지면서 투자자의 피해도 불가피해졌다. 증권사로부터 담보대출의 일종인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으로 돈을 끌어다 쓴 일부 펀드는 원금이 전부 날아갔다. 아직 실사가 끝나지 않은 펀드가 많은 데다, 자금 회수 과정에서 변수도 많아 투자자 손실이 얼마나 될지 가늠하기 어렵다. 라임을 비롯해 펀드를 판매한 은행·증권사, 투자자 간 법적 분쟁이 뒤얽혀 있어 실제 배상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4개 모펀드 총 손실액 1조원 추정 

16일 금융감독원과 라임자산운용에 따르면 라임이 환매를 중단한 펀드는 '플루토FI D-1호'(플루토), '테티스 2호'(테티스), '플루토TF-1호'(무역금융펀드), '크레디트 인슈어드 1호'(CI펀드) 등 4개다. 이들 모(母)펀드에 투자한 자(子)펀드는 총 173개(계좌 수 4616개)에 달한다. 라임은 모펀드 4개 중 플루토와 테티스의 평가금액을 오는 18일 기준 4606억원, 1655억원으로 조정(상각)한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지난해 9월 말과 비교하면 손실률은 각각 49%, 30%로, 두 펀드에서만 자산가치가 총 5100억원가량 증발한 셈이다. 삼일회계법인의 실사 결과를 반영한 결과다. 아직 실사가 끝나지 않은 무역금융펀드 등도 합치면 4개 모펀드의 총 손실액은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라임펀드판매현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라임펀드판매현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러나 개별 투자자의 손실액을 확정하기까진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무역금융펀드 등 2개 모펀드 실사가 진행 중인 데다, 자펀드 173개의 기준가격 조정도 남았기 때문이다. 투자자에게 중요한 건 자펀드 기준가격이지만, 현재로선 손실 정도를 가늠하기 어렵다. 자펀드가 모펀드만 편입하고 있는지, TRS를 사용했는지에 따라 차이가 커서다. 일단 라임 측은 "자펀드에 대한 기준가격 조정은 오는 21일까지 순차적으로 반영될 것"이란 입장이다.

또 일부 펀드엔 TRS 자금이 들어가 있는데, 펀드가 손실이 나면 증권사가 먼저 돈을 빼간다. 그만큼 개인투자자 몫은 줄고, 손실을 볼 가능성은 커진다. 금감원에 따르면 전체 환매 중단 자펀드 설정액(1조6679억원) 중 개인투자자(9943억원) 비중은 60% 정도다. 일부 투자자는 돈을 모두 날릴 상황에 부닥쳤다. 이에 금감원은 투자 손실을 줄이기 위해 타협안을 제시하는 등 증권사 압박에 나섰다. 서규영 금감원 자산운용검사국장은 지난 14일 브리핑에서 "환매 연기라는 특수한 상황이 발생한 만큼 '특수 상황을 감안한 TRS 계약조건 변경을 고려할 수 있냐'는 제안을 (증권사 측에) 했는데,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변이 왔다"고 말했다. 다만 "어느 시기에 얼마까지 양보하겠다는 단계까지는 가지 못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증권사들은 TRS 대출금에 대한 우선 회수권을 포기하면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는 상황이다.

라임사태일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라임사태일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금감원, 무역금융펀드 투자금 100% 배상안 검토

금감원은 모펀드 중 하나인 무역금융펀드에 대해서는 '사기 혐의'를 적용한 소비자 분쟁조정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펀드에 투자한 돈은 100% 환급해주는 방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기죄가 성립되면 계약 취소가 되니 투자자가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단 쪽으로 배상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투자자에게 유리한 구제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라임과 신한금융투자는 2018년 무역금융펀드가 투자한 미국 자산운용사 IIG(인터내셔널 인베스트먼트 그룹)에 부실이 발생했음을 알았지만, 이를 투자자에게 알리지 않았다. 오히려 매달 펀드 기준가격이 0.45%씩 오르는 것처럼 수익률을 조작했다. 이에 금감원은 라임과 신한금융투자를 사기 및 배임 혐의로 검찰에 통보했다.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피해자들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대신증권라임펀드 환매 보상 촉구 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피해자들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대신증권라임펀드 환매 보상 촉구 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최종 배상까지 몇 년 걸릴지 몰라"

투자자들은 은행 등의 불완전 판매를 주장하며 법무법인을 통해 법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펀드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듣지 못한 채 은행·증권사 직원에 속아 투자했다고 본 것이다. 금융당국의 분쟁 조정에 따른 배상에도 희망을 걸고 있다. 현재 금감원에는 라임 펀드와 관련해 214건의 분쟁조정 신청이 들어와 있다. 금감원은 우선 접수된 불완전판매 신청 건을 중심으로 다음 달부터 현장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운용사와 판매사 등에 대한 3자 면담도 진행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손해액이 산정돼야 분쟁조정이 시작되는데, 판매사들이 실사 결과를 받아들일지 미지수"라며 "최종 배상까지 몇 년이 걸릴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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