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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번 환자의 코로나 극복기 "독감 느낌, 심각한 질병 아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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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걸렸다 완치된 환자들의 극복기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신종 코로나가 “퇴치하기 어려운 불치병이 아니다”라는 게 이들의 공통된 소회다.

17번 환자 “나머지 환자 빨리 회복해 퇴원했으면” #1번 환자도 “의료진 말만 따르면 문제없어”

12일 오후 경기 고양시 명지병원에서 확진 7일 만에 퇴원한 17번 환자(38세 남성, 한국인)는 병원을 나서며 “독한 독감의 느낌이었는데 금방 치료를 잘 받아 빨리 퇴원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밝은 표정이 묻어났다. 그의 팔엔 의료진이 축하의 의미로 건넨 꽃다발도 안겨 있었다.

1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한 17번 환자. [사진 명지병원]

1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한 17번 환자. [사진 명지병원]

의료진은 이 환자에게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지 않았다. 그런데 입원 이튿날부터 저절로 열이 떨어지고 폐렴 증상이 완화됐다고 한다. 이 환자의 주치의 강유민 명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날 간담회에서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할지 고민했었는데, 환자가 다음 날 이미 열이 떨어져 면역력이 회복돼 계속 호전됐다”고 말했다.

17번 환자는 남은 확진자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도 전했다. 그는 “막상 겪어보니 생각보다 엄청 심각한 질병은 아닌 것 같다. 우리나라처럼 초기에 잘 대응해 치료를 잘 받으면 쉽지는 않아도 나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며 “나머지 환자들도 아직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데, 저처럼 빨리 회복해 하루빨리 퇴원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병원에서의 생활에 대해선 “별로 불편한 점은 없었다”고 밝혔다. 17번 환자의 퇴원 길엔 병원 관계자들이 함께 나와 배웅했다. 의료진이 준비한 차에 탑승하기 직전 그를 이왕준 이사장이 끌어 안았다.

1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한 17번 환자. [사진 명지병원]

1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한 17번 환자. [사진 명지병원]

명지병원 관계자는 “(완치 환자가) 매우 안전하다는 의미에서 이왕준 이사장이 포옹했다”고 말했다.

17번 환자는 지난달 18~24일 회사 출장으로 싱가포르의 한 호텔에서 열린 콘퍼런스에 참석했다. 귀국 후 이 콘퍼런스 참석자 가운데 확진자(말레이시아)가 있다는 연락을 받은 뒤 그는 지난 4일 선별진료소 방문해 5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보건당국은 그가 정체불명의 감염원으로부터 2차 감염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달 26일부터 명지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다 이날 함께 퇴원한 3번 환자(54세 남성, 한국인)도 퇴원 소감을 묻는 취재진에 “너무 좋다”라고 짧게 답한 채 병원을 떠났다.

지난 6일 앞서 퇴원한 1번 환자(35세 여성, 중국인)도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찍 치료받고 의료진 말만 따르면 문제없다고 생각한다. 무조건 버틸 수 있다고 믿었고, 다른 분들도 그럴 수 있다고 믿는다”며 치료 중인 환자들을 응원했다.

전문가들은 특별한 질병이 없고 고령이 아니라면 항바이러스제를 투약하지 않고도 자연 치유될 수 있다고 말한다. 방지환 중앙임상태스크포스(TF)팀장(중앙감염병병원운영센터장)은 “젊고 건강한 분들은 특별한 치료가 없어도 저절로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다만 지난달 20일 첫 확진 판정을 받고 퇴원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 1번 환자는 인터뷰에서 “발열이 11일간 지속되고 심한 설사와 구토, 호흡곤란 증세도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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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우한 출신의 1번 환자는 지난달 19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다 의심 증세가 확인돼 즉각 격리됐고 인천의료원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완치 후 본인의 희망에 따라 지난 11일 우한으로 돌아갔다.

이날까지 국내 확진 환자 28명 중 7명이 퇴원하면서 완치율은 25%를 기록했다.
황수연·정종훈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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