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방미활동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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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노태우 대통령이 18일 오전 11시 (한국시간 19일 0시) 연설한 미 하원 본회의장에는 굵은 비가 쏟아지는 날씨에도 불구, 5백여 의석이 거의 찼으며 오전 11시가 조금 지나 노 대통령의 입장을 알리는 방송이 있자 상·하 의원과 방정객들이 일제히 일어나 약 2분간 기립박수를 계속하며 노 대통령을 환영했고 노 대통령이 영접의원들의 안내를 받아 연단에 오르자 미 의원들은 다시 일어나 박수.
이날 본회의장에는 중앙에 상·하 의원들이, 연단 왼쪽 좌석에는 워싱턴주재 외교사절, 오른쪽에는 최호중 외무장관을 비롯한 공식수행원 등이 좌정 했고 부인 김옥숙 여사와 딸 소영양 부부, 아들 재헌군은 방청석에서 연설을 경청.
연설을 영어로 한 노 대통령은 연설도중 모두 14차례의 박수를 받았는데 약 4O분간의 연설이 끝나자 다시 상·하 의원 및 초청인사의 기립박수 속에 의장단 및 앞좌석의 의원 등과 악수를 나누고 의석 중앙로를 통해 퇴장.
노 대통령은 의회연설에 앞서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 지진으로 3백 명에 달하는 사망자가 발생한 데 대해 『엄청난 재난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하고 『미국인의 용기로 재난이 조속히 극복되리라 확신한다』고 위로의 뜻을 표명.
양원 합동회의는 상원의장인 퀘일 부통령이 주재할 예정이었으나 샌프란시스코 참사 현장에 가있어 폴리 하원의장이 대신 주재.
○…노 대통령은 18일 2박3일 동안의 워싱턴 방문을 마무리하는 내셔널프레스 클럽 오찬연설의 서두에서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지진피해에 대해 심심한 위로의 뜻을 나타내고 2년 전 프레스클럽연설 때 「프레스」가 압력을 넣는다는 의미보다는 「프레스티지(권위)」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발언한 것을 상기시키면서 이 말을 기억하는 분이 있으면 손을 들어보라고 주문.
노 대통령은 87년부터 잇따라 3년 동안 가을에 워싱턴을 방문한 것은 두 나라의 긴밀한 관계를 반영한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민주주의와 묶여있는 나의 숙명적 인연 때문이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고 회고하고 『한국에서 민주주의의 수레바퀴는 힘차게 굴러가고 있다』면서 『민주주의는 더 이상 슬로건도, 머나먼 장래의 이상도 아니다』고 천명.
우리말로 연설을 끝낸 노 대통령은 홈스 내셔널프레스 클럽 회장이 대독한 회원들의 질문 14개에 대해 간단명료한 답변을 했는데 질문들은 시장개방·주한 미군 감축을 비롯한 안보문제·민주화·남북관계· 북방외교·국내정치문제 등.
다음은 노 대통령과 클럽회원들간의 1문 1답 요지.
-최근에 한국의 시장개방이 오히려 후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데 완전한 시장개방의 시간표는 어떠한 지.
『후퇴란 말은 타당치 않다. 85년 이후 진행돼온 우리의 시장개방은 개발도상국으로서는 그 어느 나라보다도 더 많이 이뤄져 있다.』
-오늘 아침 보도로는 동독지도자 호네커가 축출되었다 한다. 북한에서도 김일성 체제가 허물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곳이다. 북한에는 아직 김일성을 숭배하는 사람들이 많다. 북한이 개방되기까지는 그런 일이 없으리라 본다.』
-여당 내에서는 의원내각제에 대한 얘기가 있는 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 문제는 아직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 여기서 이러쿵저러쿵 얘기하면 국내에서 또 말이 많아진다.』
-중국과의 관계정상화 시기는.
『관계개선은 역사적인 순리다. 그래서 우리는 북방외교를 줄기차게 펼쳐나가고 있다. 그 일환으로 중국과 경제·문화·인적교류가 진행돼 오다 천안문 사건으로 주춤했다. 그러나 얼마 안 있어 다시 교류가 진행되리라 보며 결국 관계정상화가 가능하리라 생각한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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