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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확산시 2003년 사스 때보다 경제 부작용 커"

중앙일보

입력

신종 코로나 여파로 현대차 울산공장이 휴업에 들어간 가운데 지난 10일 울산 북구 모듈화단지에 멈춰 선 자동차 부품 납품차량이 도로가에 멈춰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 여파로 현대차 울산공장이 휴업에 들어간 가운데 지난 10일 울산 북구 모듈화단지에 멈춰 선 자동차 부품 납품차량이 도로가에 멈춰 있다. [뉴스1]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5월 이후까지 이어질 경우 한국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2003년 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확산 때보다 부작용이 클 것이란 분석이다.

대외경제硏 ‘신종 코로나 경제적 영향·시사점’ 보고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12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경제적 영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한국 산업의 글로벌 밸류 체인(가치사슬)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부가가치 비중이 2003년 1.8%에서 2014년 5.3%로 증가하는 등 양국 경제 관련도가 심화한 만큼 신종 코로나 여파가 장기화할 경우 한국 경제에 비칠 부정적 영향이 (당시보다)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연구원은 이달 중순이 중국 내 신종 코로나 확산 수준을 결정할 ‘변곡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원은 “10일까지 신종 코로나 감염 누계 확진자는 4만2638명인데 이 중 1016명이 사망했다”며 “감염자에 대한 중국의 대응 시스템이 바이러스 발발 초반보다 강화하면서 완치ㆍ퇴원자가 점차 늘고 있다”고 말했다.

사스와 비교도 이어갔다. 연구원은 “사스 사례로 미뤄볼 때 중국 경제에 대한 영향은 2020년 상반기, 특히 1분기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며 “감염 확산이 1분기 말까지 안정에 접어들 경우 2020년 중국경제 연간 성장률은 0.5%포인트, 2분기까지 지속한다면 연간 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연구원은 또 “2003년 사스 확진자 100명 이상인 지역(광둥ㆍ베이징ㆍ샨시ㆍ톈진ㆍ네이멍구)은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6%를 차지했지만 이번 신종 코로나 확진자 100명 이상 지역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4%(2018년 기준)에 달한다”며 “신종 코로나의 부정적인 경제 파급 효과가 더 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연구원은 시나리오를 통한 분석도 시도했다. 첫 번째는 2003년과 비슷하게 감염 확산이 2월 중순 정점을 찍고 점차 감소하는 시나리오다. 3월 중순에 확산을 멈추는 내용이다. 연구원은 “가장 가능성이 높은 첫번째 시나리오대로라면 1분기 말 안정기에 접어들어 2분기부터 정상 경제체제로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경제성장률도 1분기에 큰 폭 하락한 뒤 2분기부터 회복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두 번째는 확진자 수가 이미 2003년 사스 확진자 수를 넘어선 만큼 1분기 동안 전염이 진행될 것이라고 전제한 시나리오다. 연구원은 “5월 말까지 안정기에 접어든다면 2분기까지 경제성장이 둔화한 뒤 3분기부터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가능성이 가장 낮다”면서도 최악을 전제했다. 연구원은 “신종 코로나 확산을 막지 못해 중국 전역으로 감염자가 크게 확산하고, 이런 상황이 2020년 내내 지속할 경우 중국의 경제 성장률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세 번째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대중국 중간재 의존도가 높은 컴퓨터ㆍ전자ㆍ광학제품과 금속가공 제품, 기계ㆍ장비, 자동차 등 한국의 주요 수출산업이 중간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원은 ”중국의 해외 관광 위축으로 인한 한국 내 관광 수입 감소가 한국 경제에 가장 직접적이고,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목했다.

최원석 부연구위원은 “정부가 신종 코로나처럼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기 어려운 리스크에 대비해 평상시 글로벌 밸류 체인을 보완ㆍ대체할 수 있는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중소기업이 핵심부품이나 부가가치 높은 제품을 생산ㆍ수출할 수 있도록 역량을 높여주고 부가가치가 낮은 제품은 대체 수입처를 파악해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기업은 도요타 사례에서 볼 수 있듯 공급망 데이터베이스(DB)를 체계적으로 구축하고 공급 다변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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