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ㆍ상증세 세수 오차 10% 넘는데…정부는 ‘17년만에 최저’ 자화자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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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대비 법인세 추계만 틀렸다면 세수 오차가 9조원 정도였을 텐데, 모든 세목에서 세수 추계가 틀리니 전체 세수 오차는 크게 줄었네요. 뭐가 더 좋은 걸까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월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홍 부총리는 이날 "지난해 세입 예산 대비 오차는 17년만에 최저"라고 말했다. [연합]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월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홍 부총리는 이날 "지난해 세입 예산 대비 오차는 17년만에 최저"라고 말했다. [연합]

지난해 국세수입 실적을 두고 “세수 펑크는 났지만 세수 오차는 크게 줄였다”는 정부의 자평에 익명을 원한 조세 전문가는 이렇게 반문했다. 정부는 지난 10일 내놓은 ‘2019회계연도 총세입ㆍ총세출 마감 결과’ 자료에서 “세입 예산 대비 오차는 17년 만에 최저치”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평가와 달리 대다수 세목의 예산과 실제 세수간 간극은 꽤 큰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세입예산(294조8000억원) 대비 세수(293조5000억원)는 1조3000억원(0.5%) 적다. 오차율은 2002년(0.3%) 이후 가장 낮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3∼4년 초과 세수가 이어지며 오차 폭이 컸지만, 적지도 많지도 않게 거두는 것이 최적의 재정 활동이라는 판단으로 세수 추계 시스템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그런데 세목별 오차를 보면 정부가 ‘자화자찬’할 만한 일이 아니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세수 기여도가 가장 큰 소득세는 예산보다 4% 더 걷었다. 전체 세수 오차보다 높은데, 소득세 내 항목을 보면 내용은 더 좋지 않다. 양도소득세는 예산 대비 13.7%나 더 걷혔다. 근로소득세도 3.4% 걷혔다. 반면 종합소득세수의 오차율은 -5.7%로 집계됐다. 소득세 내 세 항목의 오차율이 들쭉날쭉한 게 전체 소득세의 오차를 줄이는 결과가 됐다.

이런 식으로 예상보다 많이 걷고, 적게 걷은 세금이 한데 모여 전체 세수의 오차를 줄였다. 상속증여세(15.2%), 교육세(5.1%)는 예상보다 많이 걷혔다. 반면 관세(-13%), 인지세(-10.4%), 법인세(-8.9%) 실적은 예상보다 못 미쳤다.

안창남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는 “예산을 지나치게 높게 잡은 세목과 낮게 잡은 세목이 섞여서 결과적으로 전체 세수 오차가 양호해 보인다”며 “이건 정부의 실력이 아니라 운이 좋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모든 세목의 세수를 일제히 과소 예상한 게 아니어서 대규모 세수 펑크와 같은 일이 빚어지지 않았을 뿐, 정부의 세수 추계 실력이 나아졌다고 보긴 어렵다는 얘기다.

같은 세목의 세수 추계 오차를 연도별로 봐도 과거보다 낫지 않다. 지난해 세수 결손의 주 요인이 된 법인세수의 오차율(-8.9%)은 2018년(12.8%)보다는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10조원이 넘는 세수 펑크를 냈던 2014년(-7.2%)보다도 크다.

세금이 얼마나 걷힐지를 정확히 예측하는 건 나라 살림을 꾸릴 때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 재정을 효율적으로 써서 경제성장을 뒷받침하고 국민의 복지 수준을 늘릴 수 있다. 예상보다 세금이 덜 걷히면 애초 계획한 곳에 쓸 나랏돈을 줄여야 하는데 쉽지 않다. 결국 빚을 내야 한다. 너무 큰 규모의 세수 규모 역시 바람직하지는 않다는 게 전문가의 평가다. 예상보다 세수가 늘면 수입 예측을 잘못해 민간에서 쓸 돈을 정부가 가져간 결과여서다.

홍성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급격한 국내외 경제 변동성을 고려하면 세수를 정확히 추계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홍 팀장은 “세수 추계가 크게 빗나가면 불경기엔 세수를 줄이고, 호경기엔 세수를 늘리는 세금의 경기 자동조절기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는 연도별로 혹은 세목별로 세수 추계의 냉ㆍ온탕이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 해야한다”고 말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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