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영화 '괴물' 때 극단적 생각도…내가 사기꾼 같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사진 ‘MBC 스페셜-감독 봉준호’]

[사진 ‘MBC 스페셜-감독 봉준호’]

제92회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에서 4관왕을 거머쥔 봉준호 감독이 영화 '괴물' 때는 극단적인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고 밝혔다.

MBC는 10일 봉 감독의 수상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해 6월 방송됐던 ‘MBC 스페셜-감독 봉준호’ 편을 재방송했다.

방송에서 봉 감독은 대학생 시절을 회상하며 "TV에서 해주는 외국 영화들을 많이 봤다. 병적으로 집착하면서 봤다"며 "영화를 너무 알리고 싶어서 공부도 많이 했다. 영화 동아리를 할 때는 카메라가 갖고 싶어서 6개월 정도 학교 매점에서 도넛을 팔았다"고 밝혔다.

봉 감독은 결혼 후에도 생활고에 시달렸다. 봉 감독은 "1995년도에 결혼해서 2003년 '살인의 추억' 개봉까지 굉장히 힘들었다. 대학 동기가 집에 쌀도 갖다 줄 정도였다"고 밝혔다.

봉 감독은 "1998년도인가 아내와 이야기를 나눴다. '올 한 해 1년만 달라. 그동안 모아둔 돈이 있으니 1년은 간신히 된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아내가 1년간 '좋다. 못 먹어도 고'라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그렇게 만든 영화가 '플란다스의 개'였다. 그러나 결과는 처참했다.

봉 감독은 "영화가 스토리 자체가 성립이 안 됐다. 왜 이런 영화를 찍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더라"라며 "시사회 때 영화가 끝나기 전에 자막 올라가기 시작할 때 뛰쳐나왔다. 얼굴이 새빨개졌다. 너무 외롭고 창피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2006년 영화 '괴물' 때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고교 시절 우연히 잠실대교 교각을 기어 올라가는 괴생물체를 목격하고 충격을 받았다. 영화감독이 되면 찍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지금 생각해보면 참 무모한 영화다. 운이 좋아 성공했던 것 같다. 천만다행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촬영 전에는 투자자를 찾기 쉽지 않았다"며 "영화 '반지의 제왕'을 작업한 회사와 결국 예산 때문에 계약이 결렬됐다. 그때 자살하려고 했다. 자살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이미 촬영 일정은 발표가 된 상황이었는데 그렇게 되니 나 자신이 사기꾼처럼 느껴졌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봉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하며 한국 영화 최초로 4관왕을 획득했다.

홍수민 기자 sum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