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번 환자 우리 아파트 사냐" 코로나 소문에 떨고있는 송파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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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19번째 확진자가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서울 송파구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 인근 초등학교 정문에 긴급 휴업을 알리는 안내문이 있다. [연합뉴스]

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19번째 확진자가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서울 송파구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 인근 초등학교 정문에 긴급 휴업을 알리는 안내문이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19번째(36세 남성, 한국인) 확진자가 서울 송파구 아파트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6일 지역 공동 이용 공간이 문을 닫고 아파트 단지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는 임시 휴교했다. 확인되지 않은 신상 정보가 아파트 카페를 통해 공유되는 등 주민들도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싱가포르를 방문한 19번째 확진자는 지난 5일 확진 판정을 받고 중랑구 서울의료원에 격리조치됐다.

헬스장·사우나·탁구장 등이 있는 아파트 주민 커뮤니티 센터는 이날 오전 문을 닫고 시설 청소 및 점검에 들어갔다. 사우나 관리인은 "아침에 지침이 내려와 출입을 통제하고 시설 내부를 전부 청소 중"이라며 후속 조치를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관리사무소에는 "확진자가 정말 우리 아파트에 거주하냐" "확진자 신원을 알고 싶다"는 문의가 빗발쳤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우리도 뉴스를 보고 알았다"며 "보건소와 구청에 문의했는데 '역학조사 중'이라는 대답만 돌아와 답답하다"고 말했다. 관리사무소 측은 긴급회의 후 커뮤니티 센터를 잠정 폐쇄하기로 하고 승강기 손잡이와 버튼 등을 전부 소독할 계획이다.

아파트 주민 A씨는 "아침에 뉴스를 보고 알았는데 뭐 하나 구체적인 게 없어 불안하다"며 "확진판정을 받은 사람이 의료인이라는 이야기가 돌던데 그게 사실이라면 정말 큰 일"이라고 토로했다. 40대 주민 B씨는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의 아이가 모 초등학교에 다닌다는 얘기가 엄마들 단톡방을 중심으로 퍼졌다"고 전했다. 주민들은 인터넷 카페를 중심으로 확진자와 관련한 소문들을 공유 중이다. "19번 확진자가 000동에 산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거나 확진자의 직업에 관한 소문도 실시간으로 공유 중이다.

아파트 인근에 위치한 송파구 가락초·해누리초·가원초는 이날부터 긴급 휴업에 들어갔다. 주민 C씨는 "애들은 좋아하지만 엄마들은 난처하다"며 "아침부터 놀랐는데 애 봐줄 사람 못 구한 사람도 많아 집집마다 곤란한 처지"라고 전했다.

23번째 확진자 나온 서대문보건소 "발열 환자 많다" 긴장

23번째 확진자가 나온 서울 서대문보건소 선별진료소. 정은혜 기자

23번째 확진자가 나온 서울 서대문보건소 선별진료소. 정은혜 기자

23번째 확진자(58세 여성, 중국)가 나온 서울 서대문보건소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이날 오전부터 1차 진료 업무(내과 진료, 예방접종)를 임시 중단한 상태다. 보건소 관계자는 "보건소 방문 환자의 감염이 우려돼 진료 업무를 잠정 중단했다"고 전했다. 입구 근처에는 열감지 카메라가 설치돼 내부로 진입하는 방문객의 발열 상태를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있었다. 마스크를 쓴 방문객들이 이따금 문을 열고 들어와 보건증만 받아갔다.

보건소 옆 주차장에 설치된 선별진료소 관계자도 "발열 환자가 선별진료소를 많이 찾고 있다"며 긴장이 역력한 표정을 지었다. 백팩을 맨 젊은 남성이 진료소를 방문하자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진료실에서 나와 안내를 시작했다. 서대문보건소 선별진료소는 진료 전 대기 공간과 진료실, 진료 후 대기 공간으로 나눠져 있었다. 진료 결과 의심 환자로 분류되면 진료 후 대기 공간에 머물면서 질병관리본부의 검사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관계자는 "대기 공간 내부도 다 나눠져 있다"며 "요즘은 스스로 의심이 되면 적극적으로 선별진료소를 찾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보건소 입구에 택배 차량이 도착해 박스 10개를 쌓아놨다. 박스에는 의료용 가운 100벌씩 들어 있어 총 1000개의 가운이 이날 보건소로 들어갔다. 마스크를 쓴 보건소 방문객 D씨(73)는 "마스크 잘 쓰고 손만 잘 씻으면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보건소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는 얘기를 들으니 깜짝 놀랐고 조금 불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식당들도 울상이다. 보건소 인근 음식점 관계자는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식에 "안 그래도 신종 코로나 이후 손님이 30% 정도 줄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보건소 옆 연북중학교는 교문 출입을 전면 통제하기로 했다. 박성운 연북중 교장은 "지금까지 건물 출입을 통제 중이었는데 23번째 확진자가 나왔다는 보도 이후 교문에서부터 학부모와 차량을 통제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연북중은 내일(7일) 있을 졸업식에서 강당을 이용하지 않고 모두 마스크를 쓴 채 방송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박건·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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