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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가 칼자루 쥔 국민연금 수탁전문위, 이달 중 출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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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다음 달 주주총회에서 벌어질 한진가 남매대결에서 국민연금이 누구 편을 들지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한진그룹 본사 모습. [연합뉴스]

다음 달 주주총회에서 벌어질 한진가 남매대결에서 국민연금이 누구 편을 들지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한진그룹 본사 모습. [연합뉴스]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의 칼자루를 쥔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전문위)가 이달 중 구성된다. 민간 전문가 9명으로 구성될 이 위원회는 독립적으로 의사를 결정할 권한을 부여받았다.

민간전문가 9명으로 독립적 운영 #한진칼 주총서 의결권 방향 결정 #남매대결서 누구 편 들까 관심

5일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위원장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는 올해 1차 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국민연금 기금운용 관련 지침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지난달 공포된 국민연금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전문위원회 구성 방식을 바꾼 것이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은 세 개(투자정책, 수탁자책임, 위험관리·성과보상)의 전문위원회를 구성한다. 이 전문위원회가 각각의 영역에서 독립적으로 판단·결정한다. 이중 수탁전문위는 국민연금이 지분을 보유한 상장기업의 주주총회에서 안건별로 어떤 입장을 취할지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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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탁전문위는 세 명의 상근 전문위원과 외부 전문가 여섯 명으로 구성된다. 상근 전문위원은 근로자·사용자·지역가입자 단체의 추천을 받아 임명할 예정이다. 외부 전문가는 가입자 단체 세 곳에서 추천한 인사로 꾸려진다.

전문위원회는 이달 안에 위원 위촉 등 구성을 마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수탁전문위는 다음 달 말에 몰려 있는 주요 기업의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이 주주로서 어떤 목소리를 낼지 결정한다.

한진칼은 국민연금이 지분을 보유한 기업 중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한진칼에 대한 국민연금의 정확한 지분율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선 3~4%로 보고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남매 대결에서 국민연금이 누구 편을 드느냐에 따라 무게추가 확 기울 수 있다. 한진칼은 다음 달 말 정기 주총을 열고 조 회장의 대표이사 연임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다만 국민연금이 이번 주총에서 주주로서 별도의 제안(주주제안)을 내기에는 시간이 촉박할 것으로 보인다. 상법에 따라 주주제안을 하려면 주총 개최 6주 전까지 각 회사에 안건을 통보해야 한다. 수탁전문위가 그 전에 활동을 개시하기엔 시간이 거의 없다. 한진칼 주총은 다음 달 24일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주주제안 마감 시한은 오는 13일이다.

지난해 3월 한진칼 주총에서 국민연금은 ‘횡령·배임 이사의 직위상실’을 내용으로 하는 주주제안을 한 적 있다. 최대주주 일가라도 횡령·배임으로 처벌을 받았다면 회사 경영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정관을 고치자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한진칼 주총에선 국민연금이 제안한 정관 개정안이 다른 주주들의 반대로 부결됐다. 반면 대한항공 주총에선 국민연금 등 일부 주주들의 반대로 고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이 부결됐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로 대기업 총수가 물러난 첫 사례였다. 당시 조양호 회장은 참석 주주 64.1%의 찬성을 얻는 데 그쳐 의결 정족수(참석 주주 3분의 2)를 채우지 못했다.

참여연대·민주노총 등은 올해 주총에서도 국민연금이 주주제안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 단체는 5일 기금위가 열리는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피케팅을 진행했다. 이들은 “국민연금이 올해 주총에서도 중점 관리 사안 대상 기업의 결격 이사 해임, 정관 변경, 독립적 이사 추천을 내용으로 하는 주주제안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한진칼에 이어 국민연금이 주주제안에 나서야 할 기업으로 효성·대림산업·삼성물산을 꼽았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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