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키니 차림 본드걸은 잊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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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새 본드 걸은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몽상가들'로 급부상한 프랑스 배우 에바 그린(26.사진). 마땅한 배우를 찾지 못했던 제작진은 촬영이 시작된 뒤에야 비로소 그녀를 낙점하고 한숨 돌렸다.

27일 런던에서 외국기자들을 만난 그린은 "비키니 차림의 본드걸 이미지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오디션 권유도 거절했다. 그러나 대본을 읽어본 뒤 마음이 변했다. 무엇보다 상대가 연기파 대니얼 크레이그라는 점에 끌려 출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베스퍼에 대해 "본드가 사랑에 빠지는 유일한 여자로 기존의 스테레오 타입에서 벗어나 있다. 지적이고 강인하고 섹시하다. 외모도 오피스 걸에 가깝다. 혹여라도 본드 걸이라는 부정적 낙인이 찍힐까 전혀 염려하지 않는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남성에게 종속되고 남성 관객들에게 성적으로 소비되는 기존 본드 걸과는 다른 캐릭터라는 설명이다.

그는 특히 본드와의 멜로 라인을 강조했다. "베스퍼를 잃은 뒤 본드는 숱한 본드 걸들을 갈아치우면서도 누구도 진짜 사랑할 수 없게 된다. 본드와의 비극적 사랑은 아주 강렬해 결말 부분을 찍을 때는 극 중 베스퍼나 자연인인 나 모두 감정적으로 힘들었다"고 말했다.

'몽상가들' 이후 리들리 스콧 감독의 '킹덤 오브 헤븐'에 출연한 그녀는 미모와 지성, 연기력 3박자를 겸비한 차세대 주자로 주목받고 있다. 차기작은 판타지 대작 '황금 나침반'. 올 칸영화제 마켓에서 뜨거운 구매 경쟁을 일으킨 화제작이다.

그는 좋아하는 배우로 '에비에이터'의 케이트 블란쳇, '빌리지'의 브라이스 댈러스 하워드를 꼽는다. 상대역 크레이그에 대해서도 "원더풀 액터"라고 호평했다.

'카지노 로얄'에는 한 명의 본드 걸이 더 출연한다. 본드를 사랑하게 되는 악당의 정부 솔랑게다. 비키니 차림으로 물속에서 솟아오르는 전통적인 장면을 연기한다. 관능미가 돋보이는 이탈리아 출신의 신예 카트리나 뮈리노가 출연했다.

런던=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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