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성장률 2.0% 지키기 버겁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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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한국 경제에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 나랏돈을 퍼부어 지난해 2% 성장률을 간신히 지켰던 정부는 비상이 걸렸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경기 하방 압력’을 거론했다.

신종코로나, 내수·수출에 직격탄 #유커 감소가 가장 눈에 띄는 타격 #메르스 때도 성장률 0.1%P 낮춰 #생산 차질, 대중 수출 위축 불가피 #정부, 피해 산업 지원방안 곧 마련

과거 전염병과 달리 경제의 두 축인 수출·내수에 전방위적 영향을 끼치면서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정부 목표치인 2.4% 성장은 고사하고 2% 사수도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이미 여러 경제 기관은 한국의 성장률을 줄줄이 내려 잡았다.

신종 코로나의 국내 경제 파급 영향. 그래픽=신재민 기자

신종 코로나의 국내 경제 파급 영향. 그래픽=신재민 기자

신종 코로나 여파가 가장 먼저 나타난 건 관광, 그리고 이와 연계된 소비다. 홍 부총리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뚜렷이 나타난 것은 방한 관광객의 축소”라고 말했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 감소가 뼈아프다. 지난해 중국인이 한국에서 쓰고 간 돈은 13조5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연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0.7% 수준이다. 지난 2015년 한국은행은 당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의 여파에 따른 관광객 감소만으로 성장률이 연간 0.1%포인트 줄었다고 추산했다. 정부 내에선 신종 코로나에 따른 관광객 축소도 메르스와 비슷한 정도의 영향을 끼칠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소비 심리도 크게 위축됐다. 밤새 북적였던 동대문 의류 상가, 극장가, 대형 쇼핑몰 등이 모두 썰렁해졌다. 산업 현장에서는 신종 코로나가 공장을 멈춰 세우고 있다. 한·중 부품 공급망이 흔들려서다. 한국경제연구원의 홍성일 경제정책팀장은 “당초 서비스업 중심으로 피해가 갈 것으로 봤는데, 제조업에도 악영향이 커지고 있다”며 “중국과 생산 네트워크가 맞물려 있는 자동차와 전기·전자, 정유업 등이 타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도 피해가 불가피하다. 한국 수출품의 25%가 팔리는 중국 시장이 신종 코로나로 흔들리고 있어서다. 게다가 세계 경제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더 커졌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여파가 있던 2003년 세계 GDP 대비 중국의 비중은 4.3%였지만 지난해는 16.3%다. 중국 경제 부진이 글로벌 교역 위축으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한국 수출은 이미 지난달까지 14개월째 뒷걸음질 중이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2003년 당시 중국은 고성장 시기여서 성장률 감소 여파를 흡수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사스 때보다 충격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바오류(保六, 경제성장률 6%대)’가 허물어질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 수출 부진이 장기화할 수도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최근 “중국의 GDP가 1% 둔화할 때마다 한국의 GDP는 약 0.35% 줄어들 것”이라고 보도했다.

영국의 경제분석기관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기존 2.2%에서 2%로 하향 조정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한국의 올해 성장률이 최대 0.2%포인트 줄 수 있다고 관측했다. 기존 전망이 2.1%인 점을 고려하면 1%대 성장률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2%대 성장률 사수에 총력을 기울일 태세다. 이달 내에 수출 대책을 내놓고 여행·관광업 등에 대해선 정책자금 지원 방안을 마련한다. 현재로선 정부가 부인하고 있지만,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및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제기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필요한 재정을 신속히 집행하는 게 우선”이라면서도 “국회 통과에 걸리는 시간 등을 생각하면 추경을 미리 준비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경기 하향 흐름이 뚜렷해질 경우 기준금리 인하와 같은 금융완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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