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13 참패, 공천반영 검토” 황교안, 물갈이 술렁임 속 ‘TK 회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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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의원들이 6.13 지방선거 뒤인 2018년 6월 15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마치고 국민에게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라는 현수막을 걸고 무릎을 꿇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6.13 지방선거 뒤인 2018년 6월 15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마치고 국민에게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라는 현수막을 걸고 무릎을 꿇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이 2018년 6ㆍ13 지방선거 참패에 책임이 있는 영남권 의원들을 총선 공천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들이 당시 ‘책임공천’ 하에 기초단체장 공천에 관여했고, 상당수 패배한 만큼 공천 기준 중 하나로 삼겠다는 얘기다. 44명의 영남권 의원 중 34명(불출마 8명, 재보선 2명 제외)이 크고 작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한 공천관리위원은 3일 “영남권 의원 컷오프(공천배제)에 6ㆍ13 선거 결과를 반영하는 걸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몇몇 기초단체 지역은 의원 지역구에 일부만 걸쳐 있고 무소속 변수도 있어 이를 반영해 득표차 등을 들여다볼 방침이라고 한다. 이 위원은 “컷오프 여론조사 등 문제로 아직 관련 논의가 본격 진행되진 않았지만 곧 짚고 가야할 문제”라고 했다.

TK(대구ㆍ경북), PK(부산ㆍ울산ㆍ경남)는 한국당의 정치적 기반이다. 하지만 당 지지율이 지지부진하자 이 지역 의원들이 ‘물갈이 1순위’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한국당 표밭인 TK 공천은 당 쇄신의 바로미터로 불린다. 앞서 김형오 한국당 공관위원장도 “TK에 눈물의 칼을 휘두르겠다”며 절반 이상 물갈이 방침을 밝혔다.

한국당 2018년 6·13 지방선거 영남권 기초단체장 패배지역. 그래픽=신재민 기자

한국당 2018년 6·13 지방선거 영남권 기초단체장 패배지역. 그래픽=신재민 기자

◆6·13 ‘악몽’ 2년 만에 수면 위
6ㆍ13 지방선거는 한국당에게 지우고 싶은 ‘악몽’이다. 한국당은 당시 이른바 책임공천을 시행했다. 시ㆍ도지사 등 광역단체장은 중앙당이, 시장ㆍ군수ㆍ구청장 등 기초단체장은 해당 지역 의원이 책임을 지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17석의 시ㆍ도지사 중 2석(대구시장, 경북지사)만 건졌고, 226석의 기초단체장 중 53석만 얻었다. 서울에선 구청장 25석 중 24석(서초구청장 제외)을 민주당이 쓸어 담았다.

특히 한국당의 아성인 TK에서도 기초단체장을 7석 내줬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구미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장세용 후보(40.8%)가 한국당 이양호(38.7%) 후보를 꺽고 구미시장에 당선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달성에서도 무소속 김문오 후보가 한국당 조성제 후보를 꺾고 달성군수 자리를 꿰찼다. 이외에도 한국당 의원이 버틴 안동ㆍ영천ㆍ김해시장과 봉화ㆍ울진군수를 무소속 후보에게 내줬다.

한국당 2018년 6·13 지방선거 영남권 기초단체장 패배지역. 그래픽=신재민 기자

한국당 2018년 6·13 지방선거 영남권 기초단체장 패배지역. 그래픽=신재민 기자

PK도 무너졌다. 부산 기초단체장 16석 중 2석(서구청장, 수영구청장)만 지켰다. 나머지 14석 중 13석을 민주당이 가져갔고 그나마 대부분 지역이 10%포인트 내외의 득표율 격차를 보이며 완패했다. 득표율 5%포인트 이내의 접전 지역은 두곳(중구청장, 사상구청장)뿐이었다. 울산에선 단 한 석도 건지지 못하고 한국당 지역구인 남구청장, 중구청장을 내줬다. 경남도 고전했다. 18석 중 10석을 얻는 데 그쳤다. 한국당 지역구인 창원, 남해, 거제, 양산 등 7곳을 민주당이나 무소속 후보에게 내줬다.

◆칼바람 맞는 TK는 ‘반발’
참패 다음날 홍준표 당시 한국당 대표는 “모두가 제 책임”이라며 사퇴했다. 하지만 책임을 지겠다는 현역 의원들은 많지 않았다. 선거 직후 김무성ㆍ김정훈ㆍ윤상직ㆍ정종섭ㆍ조훈현ㆍ유민봉 의원 등이 불출마를 시사했고, 이들은 최근 실제로 불출마를 선언했다.

2018년 6월 14일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는 6.13 지방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사퇴했다. [연합뉴스]

2018년 6월 14일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는 6.13 지방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사퇴했다. [연합뉴스]

한국당 2018년 6·13 지방선거 영남권 기초단체장 패배지역. 그래픽=신재민 기자

한국당 2018년 6·13 지방선거 영남권 기초단체장 패배지역. 그래픽=신재민 기자

당초 책임공천 취지대로라면 선거에 진 지역구 의원(67명)들이 어떤 형태로든 책임을 져야 하지만 당시 선거 지형이 불리했음을 감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한국당 공관위원은 “지방선거 전날 북·미 정상회담(6ㆍ12)이 열리는 등 여건이 좋지 않았다”며 “수도권 등은 애초에 열세였던 점을 감안해야 하지만 승산이 있었음에도 패배한 영남 지역은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공천 칼바람에 영남권 의원들은 반발하고 있다. 한 TK 지역 의원은 “TK와 PK 의원 상당수가 초ㆍ재선”이라며 “능력이 아니라 지역을 이유로 배제한다면 납득하기 힘들다”고 했다. 현재 PK에서는 총 7명의 의원(김무성ㆍ김도읍ㆍ김성찬ㆍ김세연ㆍ김정훈ㆍ여상규ㆍ윤상직)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TK에선 정종섭 의원만 불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4일 대구 의원들과 오찬을, 경북 의원들과 만찬을 갖는다. TK 물갈이론 속에 반발을 달래려는 뜻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황 대표는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4선 한선교 의원에게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가칭) 대표를 맡아달라고 제안했고 한 의원이 이를 수락했다고 한다. 민주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회피하려는 목적”이라며 “정당법 위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했다.

손국희ㆍ이가람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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