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靑 수사 맡은 검사들 앞에 두고 “수사 절제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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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3일 검사 전입식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절제하는 수사를 해 달라”고 했다. 현 정권 관련 수사를 하던 서울중앙지검 차장 검사들이 줄줄이 전보된 상황에서 새로 온 검사들에게 이같은 말을 한 것이다.

신임 차장들 앞에서 “절제하는 수사 당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중앙포토]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중앙포토]

이날 오후 2시 이 지검장은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13층 브리핑룸에서 열린 인사 대상자 전입식에 참석했다. 앞선 중간 간부ㆍ평검사 인사로 서울중앙지검에 새로 들어오는 82명 검사들이 지검장에게 신고하는 자리다. 신임 이정현 1차장검사, 이근수 2차장검사, 신성식 3차장검사도 참석했다.

이 지검장은 이 자리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절제하는 수사, 법리와 증거에 따른 책임있는 사건처리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과정 및 수사결과가 공정할 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도 공정한 것으로 인식되고 느껴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울산 사건 기소 반대 아니고 절차 보장하잔 것”

 자신이 청와대 하명수사ㆍ선거 개입 의혹 사건 기소를 반대한 데 대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지난 주까지 처리된 중요사건 결정 과정과 관련해 저는 사안을 기소하지 말자는 취지가 아니었다”며 “수사과정에서 절차적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지 않을 경우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생각하여 그러한 취지를 총장님께 건의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형사절차에서 실체적 진실규명 못지 않게 절차적 권리 보장, 절차적 정의가 중요한 가치임을 유념해 주기 바란다”고 한 뒤 이같은 이야기를 꺼냈다. 이 지검장이 지난달 29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주재한 ‘울산 지방선거 개입 피고발 사건 처리 회의’에서 기소 처리에 반대한 사실이 알려진 이후 처음으로 입장을 밝힌 것이다.

“수사 위축될 수 있다” 우려도

 당시 이 지검장은 황운하 전 경찰인재개발원장이 아직 검찰 조사를 받지 않았고, 주요 피의자들에 대한 대질신문과 추가 압수수색 등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며 기소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나머지 간부들이 전원 기소 처리에 찬성해 검찰은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송철호 울산시장 등 13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그의 발언을 두고 일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비판이 일었다. 지방의 한 검사는 “검찰 인사 학살로 정권 수사를 하던 검사들이 줄줄이 잘려나간 상황에서 수사 실무를 이어나갈 검사들이 오자마자 검사장이 ‘수사를 절제해달라’고 하는 건 사실상 하지 말라는 의미로 읽힐 수 있다”며 “수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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