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껏 500개 단체 합쳤지만 출범 못한 보수 통합 신당…유승민계 “우리 후보 줄어들지 않냐”

중앙일보

입력

중도ㆍ보수 빅텐트를 추진하는 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위)가 31일 대국민 보고대회를 열었다. 2월 중순 신당 창당이 목표인 혁통위에는 반문(反文) 시위에 참여하는 253개 시민단체, 범보수 연합 95개 단체 등 약 500개 단체가 합류했다. 이날 행사에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하태경 새로운보수당 책임대표, 이언주 전진당 대표, 장기표 국민의소리 창당준비위원장도 참석했다.

3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혁신통합추진위원회 제1차 대국민보고대회가 열렸다.〈br〉 앞줄 왼쪽부터 장기표 국민소리당 창당준비위원장, 미래를 향한 전진4.0(전진당) 이언주 대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새로운보수당 하태경 책임대표, 박형준 혁통위원장. [연합뉴스]

하지만 신당에 합류할 정당을 ‘공식 선포’한다는 당초 혁통위 계획과 달리 이날 행사는 통합의 ‘의지’만 다지는 선에서 일단락됐다. 새보수당 합류를 놓고 막판 진통이 있어서다. 이날 하 대표가 행사에 참석하긴 했지만, 새보수당은 신당 합류를 선언하지 않았다. 박형준 혁통위원장은 이날 보고대회에서 “아직 남은 일도 있지만, 결국 하나가 될 거라고 확신한다”는 말로 현재 상황을 갈음했다.

막판 진통에는 새보수당 내부에서 고개를 든 ‘총선 연대론’이 있다. “연대도 통합의 옵션”이라는 유승민 의원의 발언에 당내 의견이 분분하다. 유 의원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오늘 혁통위에 (새보수당이) 나가지만 한국당과의 문제가 결론이 안 났다”며 “새보수당이 (통합을) 결론적으로 한다는 이야기는 못 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실제 이날 새보수당 비공개회의에서 일부 원외 인사들은 “혁통위 시간표에 끌려가지 말아달라” “합당 만이 살 길이냐”고 했다고 한다. 한 원외 인사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연동형비례제를 고려하면 합당보다는 홀로서기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원외 인사는 “합당으로 가면 결국 ‘새보수당 후보’가 줄어들 것이란 불안감이 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새로운보수당 유승민 의원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대표단 회의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연합뉴스]

하지만 새보수당 정병국 의원은 “신당 합류의 9부 능선을 넘었다고 본다”며 “혁통위 합류→양당 협의체 가동→혁통위 대회 참석 등 갈등 속에도 통합으로 뚜벅뚜벅 가고 있다”고 했다. 다른 새보수당 인사는 “연대론은 ‘합당’과 ‘합당불가’ 사이에 놓인 유승민 의원의 고민에서 나온 임시적인 옵션”이라며 “연대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만큼 유 의원이 조만간 지지자들을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 후보 등록 기간은 3월 26~27일로 54일 앞으로 다가왔다. 공천 심사, 창당 준비 등을 고려하면 2월 중순까지는 통합 신당이 출범해야 한다. 이날 혁통위 행사에 참석한 황 대표는 “연인이 결혼할 때도 양보할 것은 양보해야 인연이 맺어진다”고 말했다. 유 의원도 이날 황 대표와의 회동 시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만약 (황 대표와) 만난다면 다음주 중이 되지 않을까 한다”며 “(한국당과) 대화 자체는 솔직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 컨벤션홀에서 열린 자유통일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김문수(가운데) 전 경기지사가 만세를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이날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자유통일당’ 창당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됐다. 혁통위 행사와 똑같은 시각(오후 2시)에 창당대회를 열었다. 김 전 지사는 “중도 실용주의, 타협 정신으로는 대한민국을 위기에서 건져낼 수 없다”고 말했다. ‘아스팔트 우파’ 시위를 주도하는 전광훈 목사도 자유통일당에 참여한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