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열창"|「주부 가요」 3 연승한 골수염 투병 7년의 애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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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주부가요열창』 (MBC TV)에서 3연승의 꽃다발을 안은 「주부가수」는 가난의 설움과 7년 전부터 골수염과 싸워 승리한 여장부였다.
지난 11일 밤 MBC TV 주부가요 열창에서 3승을 거둔 유정금 주부(3O)는 『바람 부는 세상』을 부르다 끝내 흐느끼고 말았다.
방청석에 나와 있던 남편 주영학씨(37)와 딸 진주양(10)도 울고 말았다.
이날 유씨 가족이 끝내 쏟은 눈물은 여느 우승자들이 흘리는 「감격」과 「환희」의 눈물이 아니었다.
그녀가 부른 『아이야 인생을 살려거든 무심히 흘러가는 강을 보라 /외롭고 가난한 사람을 만나거든…』의 노랫말처럼 「외롭고 가난한 사람」은 바로 유씨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유씨는, 7년 전부터 골수염을 앓아 4년여 동안 남편 주씨가 대·소변을 받는 투병생활을 했고, 주씨는 지난 14년간 서울 관악구 난우 파출소 방법대원으로 근무, 매달 30만원 가량의 봉급을 받으며 한때 낮에도 이삿짐센터 일로 아내의 병치레까지 돌보는 등 달동네 전세방을 전전해 왔다.
그러나 딸 진주양 (난우국교 3)은 천부적인 노래 소질을 보여 3년 전 「천재소녀 주진주」라는 타이틀로 메들리 카셋을 발표, 집안의 유일한 「희망」이 되어왔다. 『병마와 싸우며 진주를 가수로 키우려 함께 노래하다 3승의 영광을 안았어요』
유씨는 5박6일의 부부동반 하와이 여행 티켓을 상품으로 받고 『저희 형편에 무슨 해외 여행이냐』며 극구 사양, 상품협찬 업체인 S여행사에선 이례적으로 현금으로 환불해주었다.
『딸 진주와 함께 어린이 복음송가를 불러 모녀 가수가 되고 싶다』는 유씨는『나 처럼 외롭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힘을 북돋워 줄 수 있는 길을 찾아 나서겠다』고 했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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