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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우한폐렴에 삼성전자 주가는 왜 흔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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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30일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37.28포인트 내린 2148.00을 나타내고 있다. [뉴스1]

30일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37.28포인트 내린 2148.00을 나타내고 있다. [뉴스1]

기지개를 켜던 반도체 경기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라는 뜻밖의 복병을 만났다. 전 세계 반도체 수요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에서 우한 폐렴이 확산하면서 오름세를 타던 반도체 시장이 얼어붙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도체가 우리 수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회복 조짐을 보이는 한국 수출에도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설 명절 이후 4일 간 5.3% 떨어져 #‘세계의 공장’ 중국 가동중단 위기 #매출 비중 삼성 24%, 하이닉스 48% #연초 반도체 경기회복 낙관에 찬물 #장기화땐 세계 공급망 무너질수도

30일 시장조사업체 IBS에 따르면 중국은 세계 반도체 시장의 53%가량을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다. ‘세계의 공장’ 이름처럼 각종 전자기기 조립 설비가 중국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반도체 소비액은 2006년 795억 달러에서 2018년 2531억 달러로 급증한 데 이어, 2030년 6240억 달러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반도체 경기는 세계 수요 부진과 미·중 무역분쟁 격화 등의 여파로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예상보다 빨리 미·중 무역합의가 이뤄지고, 5세대(5G) 이동통신 스마트폰 및 서버·네트워크 투자가 늘면서 올해 반도체 경기를 낙관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우한 폐렴은 이런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은 돌발 변수다. 정보기술(IT)·제조업 생산시설이 몰려 있는 상하이·쑤저우 등 지방정부는 주요 기업에 다음 달 9일까지 휴업을 연장할 것을 주문했다. 이들의 정상 가동 여부가 춘제 연휴 이후에도 불투명하다는 얘기다.

“애플 아이폰·에어팟 수급 차질 위기”

중국 반도체 소비액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중국 반도체 소비액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미국 CNBC에 따르면 우한 일대를 비롯한 중국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는 애플은 다음 달 10일까지 일부 공장을 폐쇄한다. TF인터내셔널의 밍치궈 애널리스트는 “애플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들이 우한 폐렴 때문에 대규모 생산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며 “애플의 보급형 신형 아이폰, 신종 무선충전기, 고급 헤드폰 등의 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처럼 IT기업들이 중국 내 공장을 돌리지 못하는 사태가 장기화하면 반도체 수요도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여기에 우한 폐렴에 따른 중국 내수 및 소비 침체가 스마트폰 등 각종 IT기기에 대한 수요 감소로 이어질 경우 반도체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다.

이주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올해 1분기 중 가격 조정이 마무리되면서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실적이 회복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지난 2~3년간의 설비 투자에 따른 공급 과잉 우려를 부정적 변수로 봤는데, 우한 폐렴이라는 불확실성이 하나 더 생긴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중국의 생산활동과 소비가 위축되면 반도체 경기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중국은 삼성전자 매출의 24%, SK하이닉스 매출의 48%(이상 지난해 1~3분기)를 차지하는 한국의 주요 시장이다. 양사 모두 중국 경기 악화에 따른 반도체 부문 매출 감소가 우려된다. 이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전날보다 3.21%·3.98% 하락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D램의 수요 증가와 관련해 신중한 입장을 표명함에 따라 반도체주 낙폭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급락하는 삼성전자 주가

급락하는 삼성전자 주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당국이 우한시를 폐쇄 조치를 한 23일부터 4거래일 동안 각각 5.26%·6.93% 하락하며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아직 중국 현지 공장 가동 중단이나 거래처 주문 취소 같은 타격은 없으나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파월 “글로벌 경제 차질 있을 것 같다” … 세계 통화당국 긴장

파월. [로이터=연합뉴스]

파월. [로이터=연합뉴스]

이는 비단 반도체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중국 내 상황이 잦아들지 않는다면 생산 차질에 그치지 않고, 주요 산업의 원·부자재 공급 자체가 마비될 수 있다. 세계 공급망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자동차·가전 등 완성품 한 대에는 세계 각 지역에서 수급한 부품이 수백개씩 들어간다. 부품 하나만 공급에 차질을 빚어도 생산라인이 멈출 수 있다. 중국은 전 세계 경제 생산량의 6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세계 최대 제조 국가다.

뉴욕타임스(NYT)는 글로벌 기업들의 중국 내 생산시설 및 매장의 운영 중단 소식을 전하면서 “예상치 못한 바이러스 출현에 세계는 그동안 중국에 얼마나 많이 의존했었는가를 빠르게 깨닫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의 두려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중국 본토 증시는 춘제 연휴로 휴장한 가운데 대만 증시의 가권지수는 이날 5.75% 급락했다. 대만 증시는 춘제 연휴를 마치고 이날 개장하면서 그동안 쌓인 매도세가 한꺼번에 쏟아졌다. 일본의 닛케이225지수도 이날 전 거래일보다 1.72% 떨어진 2만2977.75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1월1일 이후 약 3개월 만의 최저치다. 한국의 코스피도 1.71% 내린 2148.00으로 마감하며 2150선을 내줬다. 코스닥지수는 2.06% 내린 656.39로 종료했다.

세계 통화당국도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제롬 파월 의장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여행 제한과 비즈니스 중단 등으로 전 세계 활동에 일부 차질이 있을 것 같다”며 “궁극적으로 미국 경제에 미칠 잠재적 파장을 판단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경제 활동과 무역·여행을 상당히 방해할 수 있다”고 짚었다. 알레한드로 베르네르 IMF 서반구 담당 국장은 “중국과 긴밀히 연결된 국가들의 경제 사이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손해용 경제에디터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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