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번엔 정경심…“檢 인권침해 조사해달라” 인권위 진정에 동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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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23일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한 정경심 교수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23일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한 정경심 교수의 모습. [연합뉴스]

조국(55) 전 법무부장관 부인 정경심(58·구속 기소) 동양대 교수가 자신에 대한 인권침해 여부를 조사해 달라는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에 동의 의사를 밝혔다. 29일 사건 관계자에 따르면 정 교수는 변호인을 통해 지난해 10월 인권위에 접수된 '제3자 진정'에 최근 동의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정 교수 진정 사건을 본격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피해자가 아닌 제3자가 진정을 낼 경우 인권위는 피해자의 동의가 있어야 조사를 진행할 수 있다. 진정인은 정 교수를 피해자로 적시하고 검찰의 과도한 수사로 정 교수가 인권 침해를 받았다며 이를 조사해 달라는 내용의 진정을 냈다.

인권위는 "피해자의 조사 진행 의사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3개월이 경과해 진정인에게 지연 통지문을 발송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위 규칙에 따르면 진정은 이를 접수한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처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데 부득이한 사정으로 그 기한을 연장할 경우 문서로 진정인에게 사유를 설명해야 한다. 정 교수는 그동안 인권위에 사건 조사 동의 여부를 밝히지 않다가 조사 기한 마감을 앞두고 진정 조사 동의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인권위 관계자에 따르면 인권위는 정 교수가 구속돼 있는 등의 사유로 그간 의사 확인이 어려웠다고 한다.

인권위 조사 결과 정 교수에 대한 인권침해가 인정되면 인권위는 '정 교수에 대한 검찰의 과잉수사는 인권침해'라는 내용의 결정문을 공개하고 검찰에 수사 관련 권고 조치를 할 수 있다.
인권위 권고는 강제력은 없으나 권고 자체로 영향력을 지닌다. 국가 기관이지만 행정부·입법부·사법부로부터 독립돼 있어 권력 기관의 인권침해 행위를 견제할 수 있다. 과거에는 만연했던 잘못된 기업 문화나 사회 상규도 '인권침해'로 규정해 사회적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다. 일각에서는 인권위가 정 교수 등 조 전 장관 일가 관련해 인권위가 어떤 결정을 내릴 경우, 현재 진행 중인 소송에 대한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조 전 장관 일가에게 도덕적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조국 진정' 별도로 진행 중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연합뉴스]

인권위는 위 진정과 별도로 지난 17일 은우근 광주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진정한 조 전 장관과 그 가족에 대한 검찰수사의 인권침해 진정도 조사 중이다. 조 전 장관은 아직 동의 여부를 밝히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은 교수는 지난해 11월 청와대에 인권위의 조사를 촉구하는 청원을 올린 인물이다. 청와대는 해당 청원이 답변 요건을 충족하자 '관계기관장이 답한다'는 원칙에 따라 인권위에 답변을 해줄 수 있는지 문의했다. 하지만 독립 기구인 인권위 규정상 '그럴 수 없다'는 설명이 돌아오자 청원 관련 공문을 인권위에 이첩했다가 인권위 독립성 침해 논란에 휩싸였다. 청와대는 지난 13일 청원에 답하는 과정에서 "인권위 진정 조사는 진정인이 있어야만 진행된다는 규정이 있다"고 설명하며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명의로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사실상 진정을 의뢰한 것으로 해석되는 설명을 해 '하명 진정'으로 독립성을 훼손했다는 오해를 자초한 셈이다. 이와 별도로 청와대가 인권위에 발송한 공문이 반송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문 발송과 폐기 의뢰, 반송 과정을 놓고 청와대와 인권위가 진실공방 양상까지 벌였다.

이는 은 교수가 자신의 실명을 밝히며 나서게 된 배경이 됐다. 은 교수는 "검찰의 조 전 장관 가족 수사는 먼지떨이 식인 데다 저열하고 비열한 공격"이라며 지난 17일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정서를 제출했다. 은 교수는 중앙일보에 "조 전 장관 일가 의혹과 별개로 검찰의 과도한 수사 관행이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한 진정"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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