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우한교민 반대' 트랙터 시위 해산···주민 "우린 어떡하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찰이 30일 우한 교민 수용 예정 기관인 충남 아산시 초사동 경찰 인재개발원 입구에서 중장비 등을 동원해 농성 중인 주민을 해산했다.

충남경찰, 30일 경고방송뒤 트랙터 등 철거 #주민들, "인도에 천막 설치 농성 계속하겠다"

30일 오전 경찰이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앞에 설치된 트랙터 등을 철거하고 있다. 이 장비는 전날 주민들이 설치했다. 주민들은 우한 교민을 이곳에 수용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중장비를 설치하고 거칠게 항의했다. 김방현 기자

30일 오전 경찰이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앞에 설치된 트랙터 등을 철거하고 있다. 이 장비는 전날 주민들이 설치했다. 주민들은 우한 교민을 이곳에 수용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중장비를 설치하고 거칠게 항의했다. 김방현 기자

충남지방경찰청은 이날 오전 7시 20분부터 “해산하라”며 3차례 경고 방송한 다음 트랙터 10여대와 가스통·천막 등을 철거했다. 트랙터 등은 전날 주민들이 동원한 것이다. 해산 작전은 이명교 충남지방경찰청이 현장에서 지휘했다. 주민과 충돌에 대비해 경찰력 500여명을 동원했으나, 주민과 이렇다 할 충돌은 없었다.

주민 50여명은 “우리는 죽으라는 이야기냐. 여긴 자유가 있는 민주공화국이다”라며 거칠게 항의하기도 했다. 주민이 설치한 천막에는 “아산시민을 버린 행정, 대한민국 정부가 버린 아산” 등의 내용이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이곳 주민 김재호(63)씨는 “행정안전부 장관과 충남도지사 등과 오늘 오후 면담을 통해 주민 의사를 전달하겠다”며 “경찰인재개발원 앞 인도에 천막을 치고 농성은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지난 29일 오후 경찰인재개발원으로 들어가는 왕복 4차선 도로도 트랙터와 트럭, 지게차 등으로 막았다. 우한에서 송환된 국민을 아산에 격리 수용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오후 1시쯤부터 주민들이 장비를 동원했다. 경찰이 트랙터와 트럭을 다른 곳으로 옮겨달라고 요구했지만, 주민들은 “우리도 살아야 할 게 아녀~”라며 아예 오가는 차량을 막기도 했다.

나이가 많은 할머니들은 도로 가운데 화단에 주저앉아 “이게 뭐 하는 거야. 이래도 되는 겨?” “다 죽게 생겼는데 들여보내 주게 생겼슈”라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마침 차를 몰고 경찰인재발원으로 들어가려던 남성은 트랙터에 막힌 도로를 통과하지 못하고 주변에 차를 주차한 뒤 일행들과 걸어서 들어갔다.

또 다른 우한 교민 수용 기관으로 정해진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 앞에 있던 트랙터와 트럭 등도 철거됐다. 30일 오전 8시30분쯤 경찰이 설득에 나서자 주민들이 직접 치웠다. 하지만 현수막은 아직 걸려있는 상태다. 주민 80여명은 인재개발원 입구에 모여 농성중이다. 이곳 주민들도 지난 29일부터 ‘천안 시민은 자국민이고, 진천군민은 타국민이냐’ ‘우한 교민 수용 반대’ 등 현수막을 걸고 시위했다.

마스크를 쓴 주민 100여 명이 도로를 에워싼 뒤 트랙터·트럭·승용차로 왕복 4차선 도로를 완전히 막았다. 김윤희(45)씨는 “충북 혁신도시는 인구 밀도가 높고, 공립유치원(3곳)과 초등학교(3곳), 중학교(2곳), 고등학교 등 수백명의 학생들이 거주하고 있어 격리 장소로 적합하지 않다”며 “내일 당장 경기도의 친척 집으로 아이 3명을 보낼 생각인데 모시고 있는 80대 노모는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이 29일 밤 우한 교민들이 수용될 진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을 찾았다가 이에 반발한 주민들에게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정부는 이날 충남 아산시에 위치한 '경찰인재개발원'과 진천군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2곳에 우한에서 귀국을 희망하는 한국인 720명을 분산 수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뉴스1]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이 29일 밤 우한 교민들이 수용될 진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을 찾았다가 이에 반발한 주민들에게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정부는 이날 충남 아산시에 위치한 '경찰인재개발원'과 진천군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2곳에 우한에서 귀국을 희망하는 한국인 720명을 분산 수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뉴스1]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29일 오후 충북 진천군 덕산면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집회 현장을 찾았다가 물병 세례를 당했다.
정부가 교민들을 격리 수용할 시설 중 하나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을 결정한 데 대해 충북도가 “재고할 것을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정부 방침에 정면으로 거부하고 나선 것이다. 혁신도시를 두고 맞닿은 진천군·음성군을 비롯해 충북지역 정치권도 일제히 반발했다.

아산·진천=김방현·신진호·최종권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