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조국 교수 직위해제 “정상적인 강의 어렵다 판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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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대가 29일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직위해제 결정을 내렸다. 서울대 측은 “정상적인 직무수행이 어렵다고 판단해 29일자로 직위를 해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조 전 장관은 지난달 개설을 신청했던 ‘형사판례특수연구’ 수업을 맡을 수 없게 됐다.

조 “부당한 결정이나 겸허히 수용” #석달은 월급 50%, 이후 30% 지급 #징계는 아니지만 무죄 나야 철회

앞서 서울대는 지난해 12월 31일 조 전 장관이 뇌물수수와 공직자윤리법 위반 등 11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자 ‘교수가 형사사건으로 기소되면 직위해제가 가능하다’는 사립학교법에 따라 직위해제 논의에 들어갔었다.

직위해제에 따라 조 전 장관이 받게 될 급여도 줄어든다. 직위해제 상태에선 첫 3개월간 월급의 50%가 지급되고 이후엔 월급의 30%가 지급된다. 연구비를 신청하거나 집행하는 것도 제한된다. 직위해제 조치는 ‘그 사유가 소멸된 때에는 임용권자는 지체 없이 직위를 부여하여야 한다’는 사립학교법에 따라 무죄가 판명돼야 철회할 수 있다. 학교 관계자는 “징계에 해당하는 건 아니지만, 상당히 제약이 크다”고 설명했다. 서울대는 다만 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징계위원회 회부는 하지 않기로 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서울대 교수는 “조 전 장관 사건으로 인해 학교가 어려움을 겪은 것도, 대학의 자율권이 외부 세력에 의해 흔들린 것도 사실인 만큼 대학 본부에서 할 일을 한 것 같다”며 “조 전 장관도 수업 부담 없이 재판에 집중할 수 있게 된 만큼 양자가 합리적 절충점을 찾은 셈”이라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은 “직위해제가 부당하지만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직위해제가 ‘징계’는 아니지만, 대중적으로 ‘징계’로 인식되기 십상이고 재판 이전에 불리한 여론을 조성할 우려가 있다”며 “교수에 대한 불이익 조치는 헌법적 대원칙인 무죄 추정의 원리를 지키며 이뤄져야 하는데 검찰의 일방적 판단이 반영된 기소만으로 신분상의 불이익 조처를 내리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만 총장의 결정은 겸허히 수용한다. 강의할 경우 발생할지 모르는 학내외의 ‘소동’과 그에 따르는 부담을 우려했으리라 추측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재판에 대응하고 공직에 있는 동안 미뤘던 글쓰기를 하면서 강의실에 다시 설 날을 준비하겠다. 폭풍우가 몰아칠 때는 해어진 그물을 묵묵히 꿰매며 출항을 준비하는 어부의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겠다”고 덧붙였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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