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이런 인재 찾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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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 1. "'액면가(價)'를 무시할 수는 없죠."

한 시중은행 인사팀 실무자의 말이다. 액면가는 기업체 인사 담당자들이 입사 지원자의 학점.외국어 능력.학벌 등을 평가할 때 쓰는 표현이다. 그는 "경쟁률은 1백대 1이 넘는데, 그 중에서 1차 서류전형으로 최종합격자의 5배수 정도만 가려내야 한다"며 "이럴 때 학벌과 대학성적 그리고 어학 능력은 가장 객관적인 기준"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인사팀의 서류 검증을 통과한 지원자들은 대부분 유능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액면가'에서 밀리지만 때때로 탈락시키지 않는 지원자들이 있다고 했다. 학벌은 그다지 좋지 않지만 이력서에 다양한 자격증 보유 등 '땀냄새'가 배어있는 지원자들이 그들이다.

# 2."면접도 중요하다."

"면접시험에 오다가 아파 쓰러진 할머니를 보게 됐습니다.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지난 8월 신입사원을 모집한 한 종합상사의 1차 면접 질문이다.

10명 모집에 2천명이 몰린 이 회사의 서류전형을 통과한 80명의 인재는 이 같은 질문에 당황할 수밖에 없다.

물론 정답은 없다. 이 회사 관계자는 "지원자의 인성을 어떻게든 판단해 보고 싶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2차 면접에는 이 회사 영업과 회계 등 담당 실무자 6~7명이 참가했고, 3차 면접에서는 지원자들의 집단 토론이 있었다. 실무자들은 지원자들 중 '거시적인 기획력이 있는 사람''꼼꼼한 사람' '순발력이 있는 사람' 등 각 실무부서가 요구하는 소양을 갖춘 지원자가 높은 점수를 받았다.

# 3. "지구상에 살아남은 것은 가장 강한 동물이 아니라 환경변화에 가장 잘 적응한 동물이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주최한 '기업의 원하는 인재상'세미나에서 대학생들에게 던진 제언(提言)이다. 기업환경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기가 갈수록 힘들어지는 시대에서는 재빠른 적응력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는 또 기업의 채용 패턴이 ▶범용성 인재에서 전문기술 인재로▶그물형 채용에서 낚시.양어장 채용으로▶로컬에서 글로벌 자원 풀로▶대량.정기적인 모집에서 소규모.수시 모집으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학도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육성하는 쪽으로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공급자 중심의 교육에서 벗어나 산학협동 프로그램 등으로 졸업 즉시 기업에 기여하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 4."우리는 이런 인재를 원한다."

전경련은 최근 삼성전자.LG전자.SK텔레콤.현대자동차 등 국내 굴지의 11개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을 상대로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을 조사했다.

주요 기업들은 ▶개인 역량▶국제 감각▶원만한 대인관계▶올바른 가치관 등을 주요 요건으로 제시했다.

전경련은 조사 결과를 다음의 한 문장으로 요약했다. '글로벌 환경 아래에서 전문 지식과 프로 근성을 갖고, 올바른 가치관.창의와 도전 정신으로 조직 구성원과 상호 협력해 맡은 바 임무를 완수하는 국제화 된 인재'.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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