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DS 동성애 감영자가 늘고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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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20세기의 검은 역병」AIDS(후천성면역결핍증)가 국내에서 급속히 확산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같이 전망하는 이유는 최근 들어 국내 AIDS감염자수가 크게 늘고 있다는 점 외에, 특히 동성연애자간의 성적접촉으로 인한 감염자가 급증하는 등 전파형태가 확산으로 가는 질적 변화를 하고있기 때문이다.
AIDS의 전파양상은 그 감염방법에 따라 수입단계·동성연애자 감염단계·정상 성교자 감염단계 등 크게 3단계로 나눌 수 있다.
수입단계에서는 AIDS감염이 주로 외국인과의 접촉으로 이뤄지는데 외항선원과 같이 국내 인이 외국에 가서 감염돼 오거나 주한미군 등 국내거주외국 인들이 전파한다. 수혈에 의한 감염도 이 단계에 속한다.
동성연애자 감염단계는 변태 성교를 하는 동성연애자들 사이에 AIDS가 번지는 단계로 외국인에 의해서가 아니라 내국인끼리의 접촉에 의해 전파된다는 게 1단계와 다르다. 동성연애자(주로 남성)감염이 중요한 이유는 대부분의 동성연애자들이 동성과의 성교뿐만 아니라 이성과도 성적 접촉을 하기 때문에 머지않아 AIDS 감염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마지막 단계인 정상 성교자 감염단계는 미국·태국 등과 같이 AIDS가 이미 확산된 단계다.
국내의 경우 첫 감염자가 나온 85년 이후 현재까지 총63명이 AIDS감염자로 확인됐다. 연도별 발생상황은 85년1명, 86년 4명, 87년 9명, 88년 22명, 89년 현재 27명으로 집계돼 급증하는 추세임을 알 수 있다.
확산가능성을 보여주는 동성연애 감염자가 87년 1명에서 88년 3명, 89년 현재 9명 이상으로 추정돼 매년 3배 이상씩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감염양상도 89년부터 본격적으로 제2단계인 동성연애자 감염단계로 진입해 내국인간에 AIDS가 급속히 확산될 조짐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 병은 숨길 수 있는 소지가 많은 점으로 미뤄 파악되지 않은 환자나 보호자도 많을 것으로 분석된다.
AIDS감염자가 급증하고있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작년 말부터 외항선원에 강제검진이 실시되는 등 검사대상 직업군이 확대됐고 개방화추세에 따라 외국인과의 접촉기회가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올림픽이 있었던 88년10월 전까지 총 감염자는 29명에 불과했으나 올림픽이후 현재까지 1년 동안 34명이나 발생, 올림픽을 기점으로 감염자가 늘어나고 있다.
한편 국립보건원 AIDS과 신영오 과장은『감염자가 늘어나면서 AIDS에 관해 그릇된 소문이 사실인양 유포되고있다』며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첫째, 아직까지 확실한 AIDS치료제는 개발되지 않았으나 치료제가 개발된 것으로 잘못 아는 것. 금년8월 미 후생보건부는 치료약품인 AZT(아지도티미딘)가 AIDS발병지연효과가 있다고 공식 발표한바 있다.
이에 따라 일반인들 사이에 AIDS가 정복된 병인 양 잘못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는 AZT를 사용해도 발병이후 2년 안에 사망하는 게 보통이다. 최근AIDS로 사망한 특수접대부 김모양(29)도 AZT를 투여했으나 차도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치료제를 개발하기 어려운 것은 AIDS가 세균·진균성 질환과 침투·증식방법이 다른 바이러스질환이기 때문.
둘째, 환자와 감염자를 혼동하는 것이다. AIDS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모두 환자가 되는 것으로 착각하기 쉬운데 감염자중 환자로 발병하는 비율은 30%전후다.
셋째, AIDS에 관한 각종 민간요법이 성행하고 있는데 믿을 만한 것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이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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