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낮에 1층인데 태국인 3명 왜 못 피했나···해남 화재 미스터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설날인 지난 25일 오후 3시 37분쯤 전남 해남군 현산면 외국인 노동자 숙소로 쓰이던 1층 단독 주택에서 불이 나 이곳에 머물던 태국 국적 불법 체류자 A씨(29) 등 남녀 3명이 숨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들이 불을 끄고 있다. [연합뉴스]

설날인 지난 25일 오후 3시 37분쯤 전남 해남군 현산면 외국인 노동자 숙소로 쓰이던 1층 단독 주택에서 불이 나 이곳에 머물던 태국 국적 불법 체류자 A씨(29) 등 남녀 3명이 숨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들이 불을 끄고 있다. [연합뉴스]

설날 전남 해남의 외국인 노동자 숙소에서 불이 나 이곳에 머물던 태국 국적 불법 체류자 3명이 숨졌다. 당초 방화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1차 감식에서 외부 침입 흔적이나 인화성 물질이 발견되지 않아 화재 원인을 둘러싸고 의문이 커지고 있다.

설날 전남 해남서 1층 주택 불 #김 공장 외국인 노동자 숙소 #20~30대 불법체류자 3명 숨져 #인화성 물질 등 방화 흔적 없어

27일 전남 해남경찰서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르면 이날 해남 외국인 노동자 숙소 화재로 숨진 A씨(29)와 B씨(34·여)·C씨(29) 등 태국인 3명의 시신을 부검할 예정이다. 정확한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서다.

지난 25일 오후 3시 37분쯤 전남 해남군 현산면 1층 단독 주택(66㎡)에서 불이 나 A씨 등 3명이 숨졌다. 불이 난 주택은 인근 김 공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 숙소로 쓰이던 곳이다.

조사 결과 A씨 등은 브로커를 통해 해남 김 공장에 취업한 불법 체류자로 밝혀졌다. 이들은 지난 21일부터 해당 숙소에 머물러 온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5일 태국인 노동자 3명이 숨진 채 발견된 전남 해남군 현산면 주택에서 경찰 과학수사 요원과 형사들이 현장 조사를 하고 있다. 불이 난 곳은 인근 김 공장에서 운영하는 외국인 노동자 숙소다. [연합뉴스]

지난 25일 태국인 노동자 3명이 숨진 채 발견된 전남 해남군 현산면 주택에서 경찰 과학수사 요원과 형사들이 현장 조사를 하고 있다. 불이 난 곳은 인근 김 공장에서 운영하는 외국인 노동자 숙소다. [연합뉴스]

경찰은 사건 초기 "아침부터 싸우는 소리가 났다", "불이 나기 직전 외국인으로 추정되는 누군가가 집을 나섰다"는 주민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방화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그러나 1차 감식 결과 외부 침입 흔적이나 인화성 물질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과 소방 당국, 국과수 등은 26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화재 현장을 합동 감식했다. 감식 결과 작은방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정확한 화재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불이 난 주택은 실내 출입문을 기준으로 정면에 거실과 부엌이 있고, 오른쪽에 작은방과 화장실, 왼쪽에 큰방이 있는 구조다. 소방대 도착 당시 A씨는 큰방에서, B씨와 C씨는 화장실에서 각각 숨진 채 발견됐다.

방화 의심을 키운 주민 진술도 일부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화재 현장 주변 폐쇄회로TV(CCTV) 확인 결과 불이 나기 직전 해당 숙소를 빠져나간 사람은 인근 다른 숙소에 머물던 외국인 노동자가 불이 난 모습을 보고 대피한 것을 주민이 오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왜 생존자가 하나도 없는지 의문이 남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낮에 단순한 구조의 단층 주택에서 불이 났는데도 20~30대 젊은이들이 집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해서다. 경찰은 정확한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해 추가 감식을 진행할 계획이다.

해남=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