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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새 中여행 10% 취소···'우한 폐렴' 폭탄 맞은 여행업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3일 오전 중국 상하이(上海)를 출발해 대구국제공항에 도착한 탑승객이 국제선 입국장에서 열화상카메라가 설치된 검역대를 통과하고 있다. 중국 우한시에서 발생한 폐렴이 확산되며 설 연휴를 앞두고 국내에서도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뉴스1]

23일 오전 중국 상하이(上海)를 출발해 대구국제공항에 도착한 탑승객이 국제선 입국장에서 열화상카메라가 설치된 검역대를 통과하고 있다. 중국 우한시에서 발생한 폐렴이 확산되며 설 연휴를 앞두고 국내에서도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뉴스1]

중국발 ‘우한 폐렴’이 각국으로 확산 중인 가운데 설 연휴 극성수기를 맞은 국내 여행업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중국 여행을 계획했던 국내 여행객들의 취소나 변경 문의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최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로 얼어붙었던 한·중 관계가 해빙 모드에 들어서면서 숨통이 트이는 듯했던 양국 여행 수요가 다시 움츠러드는 모양새다.

23일 여행업계 등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주 4회 운항 중인 인천~우한 항공편을 오는 31일까지 운항을 중단한다. 중국 방역 당국이 ‘우한 봉쇄’란 초강력 대응책을 꺼내 든 데 이어 우한 공항 당국도 이날 오전 11시 전 항공사에 국내·국제 전편 운항 불가를 통보하면서다. 대한항공은 2월 이후 운항과 관련해 중국 당국의 조치에 따라 결정할 예정이다.

일주일 만에 中 여행객 10% 취소

설 연휴를 하루 앞둔 23일 오후 서울역에 중국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예방 안전 수칙이 붙어 있다.질병관리본부는 중국 내 우한 폐렴이 확산일로로 치달음에 따라 병원 내 전파까지 상정한 방역체계를 24시간 가동하기로 했다. [뉴스1]

설 연휴를 하루 앞둔 23일 오후 서울역에 중국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예방 안전 수칙이 붙어 있다.질병관리본부는 중국 내 우한 폐렴이 확산일로로 치달음에 따라 병원 내 전파까지 상정한 방역체계를 24시간 가동하기로 했다. [뉴스1]

이날 하나투어에 따르면 올해 1~2월 중국 여행 취소율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0% 증가했다. 인터파크투어 역시 1~3월 출발하는 중국 패키지 상품 취소율이 15~20%에 이른다. 인터파크투어 관계자는 “이번 주 들어 취소 문의가 더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대형 여행사들도 이번 주에만 중국 여행을 취소한 인원이 사별로 1000명이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행사들은 보통 한 달간 중국 여행객 1만여명을 유치하는데, 일주일 만에 10%가 여행을 취소한 셈이다.

특히 중국은 패키지 상품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보니 항공과 호텔 등이 연계돼있어 취소나 변경이 어렵다. 정부가 천재지변과 전염병 전파 등을 이유로 중국을 위험 국가로 지정하면 위약금 없이 전액 환불받을 수 있지만, 현재까지는 이렇다 할 지침이 없다.

한 여행업체 관계자는 “수수료를 물고라도 여행을 취소하거나 변경하겠다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슈가 있는 사안이다 보니 가급적 취소수수료를 덜 부담하는 방향으로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목적지를 동남아로 바꿀 경우 위약금을 받지 않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여행사도 있다.

“中 관광객 모처럼 늘었는데…”

한국을 찾는 중국인을 맞이하는 인바운드 여행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국 관광객을 통해 우한 폐렴을 일으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nCoV)가 국내에 전파됐다는 소식이 나올 경우 타격은 불을 보듯 뻔해서다.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春節·중국의 설)을 앞두고 연휴 기간(24~30일)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 관광객은 13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인바운드 여행사를 회원사로 둔 한국여행업협회(KATA)는 우한 폐렴 발생 관련 유의사항에 대한 외교부 공지를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질병관리본부의 주의사항을 회원사에 배포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도 우한 폐렴에 대한 주의사항 등을 담은 공지문을 한국어와 중국어 등으로 만들어 홈페이지에 공지할 예정이다.

유커 전문 여행사인 화방관광의 이형근 이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이후 지난해보다 중국 관광객 유입이 확실히 늘었고, 전년 대비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이 30~40%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하지만 연초부터 악재가 불거지면서 중국 관광객 유치가 불안한 상황”이라고 했다.

또 다른 인바운드 여행사 관계자는 “춘절 기간 예약한 방한 중국 관광객의 예약 취소는 아직 없지만, 연휴 동안 들어오는 중국인 관광객의 건강 상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혹시 한국 내 확진자가 생길 경우 책임을 중국인 관광객으로 돌릴까 봐 걱정된다. 그런 소식이 나오면 올해 국내 관광 시장은 다 죽는다”고 토로했다.

추인영·곽재민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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