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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또 통상임금 친노동 판결…“야간 시간급 계산법 바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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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시간당 통상임금이 야간근로 노동자에게 유리하게 바뀐다. 사진은 심야 운행 버스. [중앙포토]

시간당 통상임금이 야간근로 노동자에게 유리하게 바뀐다. 사진은 심야 운행 버스. [중앙포토]

밤에 일하면 낮에 일 할 때보다 임금을 50% 더 받는다. 근로기준법 제56조의 규정이다. 대법원이 야간에 일한 근로자의 시간당 통상임금(이하 시간통상급)을 계산할 때 가산임금을 근로시간에 1.5를 곱한 수치로 나누지 말고 정확히 일한 시간만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래야 야간에 일한 데 따른 보상을 제대로 받는다는 취지다.

그동안 시간당 통상임금 산정 때 #시간도 수당처럼 1.5배로 계산 #법원 “일한 시간 그대로 적용을” #야근 많이 하면 통상임금 더 늘어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민유숙 대법관)가 22일 선고한 시간급 통상임금의 산정방식에 대한 새로운 판례를 요약한 것이다. 8년 만에 바뀌었다. 대법원 관계자는 “통상임금과 관련해 또 한 번 노동자에게 유리한 판결이 나온 것”이라며 “시간당 통상임금의 계산식에 대해 새 판례를 정립한 것”이라고 말했다.

소송을 제기한 7명의 버스기사는 퇴직한 뒤 회사가 통상임금에서 제외한 각종 고정수당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기초로 산정하는 연장근로수당·주휴수당 등을 재산정해 미지급한 돈을 달라고 했다. 1·2심은 고정수당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인용했다. 이는 기존 판례와 큰 차이가 없다.

쟁점이 된 것은 ‘야간근무를 했을 때 시간급을 어떻게 계산하느냐’였다. 주당 40시간을 일하고 100만원을 받았다면 시간통상급은 2만5000원이 된다. 문제는 야간조에 편입돼 주 40시간을 근무했을 때다. 야간에 일하면 임금이 50% 가산된다. 이렇게 되면 낮 근무로 주 40시간 일하고 100만원을 받은 사람에 비해 임금을 더 많이 받는다. 시간통상급도 주간근무조보다 커질 수밖에 없다. 근로자가 어느 시간대에 근무했느냐에 따라 임금이 차이가 나는, 형평성 문제가 생기는 셈이다. 기업들은 이 때문에 일정 시간을 야간·연장근무를 한 것으로 치고(약정근로시간), 야간근무를 했든 안 했든 일정액을 고정 수당으로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소송의 당사자인 버스회사도 이 방식을 썼다.

기존 판례도 이런 관행을 뒷받침했다. 야간근무 때는 실제 근무시간에다 1.5를 곱해서 시간급을 산출하는 식이었다. 임금을 가산해서 받는 만큼 근로시간도 가산해서 계산하는 쪽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이를 뒤집었다. 야간근무는 주간근무보다 힘들다. 따라서 시간통상급을 계산할 때 근로시간에 1.5를 곱해서 산출하는 것은 시간당 노동의 강도를 무시하는 처사가 될 수 있다고 대법원은 봤다. 그래서 가산임금을 줬더라도 실제 근로시간으로 임금을 나눠 야간 시간급을 계산하라는 판결을 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존의 판례도, 이번 대법원 판례도 모두 일리가 있다”며 “대법원이 노사 간에 위법하지 않은 구체적인 합의가 있을 경우 그 협약에 따라 계산하면 된다고 한 것도 일리가 있기 때문에 노사 자율을 주문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경영계는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기존 관행을 따르던 대부분의 기업에서 줄소송이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박태인 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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