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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시급 제대로 쳐줘라"…대법, 야근수당 계산법 확 바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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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로 출근하는 근로자들의 모습. 사진은 판결과 상관 없음.[연합뉴스]

회사로 출근하는 근로자들의 모습. 사진은 판결과 상관 없음.[연합뉴스]

"야근을 하고 받는 150%의 가산 임금을 통상임금의 시간급으로 계산할 때는 근로 시간에 1.5배를 곱하지 말고 정확히 근로한 시간만큼 계산하라. 그래야 야근 수당을 받는 의미가 있다"

시간급 통상임금 계산식 판결 "노동자에게 유리"

야근 수당 다시 계산하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민유숙 대법관)가 22일 선고한 시간급 통상임금의 산정방식에 대한 새로운 판례를 간단히 요약한 것이다. 8년만에 바뀐 이번 판결은 물론 이보다는 조금 더 복잡하다.

대법원 관계자에게 판결의 요지를 물어보니 "통상임금과 관련해 또 한번 노동자에게 유리한 판결이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존 판례들은 고정 수당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따졌다면 이번 판결은 시간당 통상임금의 계산식의 새로운 판례를 정립한 것"이라 덧붙였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통상임금의 계산식이 어떤 방향으로 바뀐 것일까. 중앙일보가 친절하고 꼼꼼히 살펴봤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자리에 앉아있다. [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자리에 앉아있다. [연합뉴스]

사건의 개요 

7명의 버스기사는 버스 운전기사로 일하다 퇴직한 뒤 버스회사가 통상임금에서 제외한 고정 수당(근속수당, 승무수당, 연초수당, 식대,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냈다. 또한 이를 기초로 연장근로수당, 야근근로수당, 주휴수당 등을 재산정해 추가 금액을 회사에 청구했다.

1·2심은 고정수당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에서 쟁점이 된 것은 고정수당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원심 판단을 전제로 그 수당을 '시간급'으로 계산할 때 분모가 되는 '총 근로시간 수'를 어떻게 산정하냐는 것이었다. 버스기사가 총 운전한 시간만큼 받은 임금에서 시간을 나누면 되는 것이 상식이다. 그래서 이것이 왜 쟁점이 되는지 의아할 수도 있다.

이 모든 이유는 기존의 시간급 통상임금 계산식이 다소 상식과 어긋나 발생한 일이다. 이번 전원합의체에서 13명의 대법관 중 1명(이기택 대법관)을 제외한 12명의 대법관이 기존 판례를 바꾸는데 동의한 것도 기존 시간급 통상임금의 계산식이 노동자가 납득하기 어려울만큼 특이했기 때문이다.

1.5배 곱해서 나눠라

근로기준법상 통상임금은 연장, 야간, 휴일근로수당 등 가산임금을 선정하기 위한 기준이 된다. 최근 대법원 판례들은 노동자가 받는 상여금을 포함한 고정수당은 모두 통상임금으로 간주해준다. 일각에선 이를 '친노동 판결'이라 한다. 회사측의 어려운 경영사정을 고려하지 않아 '신의 성실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반발이 대부분이다.

지난해 2월 기아자동차 근로자들이 사측을 상대로 낸 통상임금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도 일부 승소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상관 없음.[연합뉴스]

지난해 2월 기아자동차 근로자들이 사측을 상대로 낸 통상임금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도 일부 승소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상관 없음.[연합뉴스]

전직 버스기사들이 소송을 건 이번 버스회사의 경우 노사가 소정근로시간을 정하고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에 대해서도 고정급을 주는 것으로 합의를 했다. 그럴 경우 각 노동자가 받는 총수당 A는 기준근로시간+연장·야근근로시간의 대가가 된다.

근로기준법에선 대부분의 사람들이 야근·휴일 근무를 원치 않으니 야간, 연장, 휴일근무에 통상임금x가산율(150%)를 더해준다. 문제는 시간급 계산식이었다. 기존 판례에서 야근·연장 근로의 경우, 즉 가산수당이 붙는 근무의 경우 시간급을 산정할 때 시간당 1.5를 곱한 숫자를 총 급여에서 나눠 시간급을 계산했다. 임금에서 전체 근로시간을 나눌 때 총 근로 시간을 '기준근로시간+연장근로시간x1.5'으로 계산해 것이다. 즉 기준 근로를 10시간, 연장 근로를 3시간 했으면 시간급 계산의 분모가 되는 전체 근로시간은 10+3x1.5=14.5시간이 된다. 대법원은 이날 판결에서 연장근로의 시간급 계산시 근로시간에 1.5를 곱하지 말라고 판시했다. 버스기사가 근로한만큼만 수식에 넣으라고 한 것이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 주최로 지난 3월 19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최근 통상임금 신의칙 판결 심포지엄'에서 이정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교 교수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경영자 측에선 최근 대법원의 친노동 판결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경영자총연합회 주최로 지난 3월 19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최근 통상임금 신의칙 판결 심포지엄'에서 이정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교 교수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경영자 측에선 최근 대법원의 친노동 판결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왜 이런 수식이 유지됐나 

대법원은 야근 근로시간에 1.5를 곱하는 기존의 계산식에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고 봤다. 일종의 관행으로 이어져왔지만 법적 쟁점이 되지 않아 대법원에서 제대로 따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날 전원합의체에서 유일하게 반대의견을 낸 이기택 대법관은 노동자가 야근시 150%의 임금을 받는만큼 그 노동의 가치는 1.5시간의 가치로 보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다수의 대법관들은 "논리의 비약"이라 반박했다. 야근시 시간당 통상임금의 150%를 준다고 해서, 시간급 계산시 1.5배를 곱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이날 대법원의 판결로 시간급 통상임금의 산정을 위한 '총 근로시간 수 산정방법' 계산식이 확실해졌다. 노동자가 야간·연장 근로를 통상임금의 형태인 고정임금으로 받을 경우 그 시간급의 기준은 근로자가 실제 일한 시간만큼만 반영되게 됐다. 이럴 경우 시간당 통상임금은 늘어나게 된다. 다만 대법원 관계자는 통상임금 등에 대해 노사간에 위법하지 않은 구체적인 합의가 있을 경우 그 협약에 따라 계산하면 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한 합의가 없는 회사의 경우 새 판례에 따라 시간급 계산을 다시해야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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