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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서 보던 모세의 기적을…' 유산 위기 임신부 구한 경찰

중앙일보

입력

경기 광주경찰서 정수선 경위 등이 탄 순찰차가 지난 18일 A씨 부부가 탄 차량을 에스코트하고 있다. [사진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경기 광주경찰서 정수선 경위 등이 탄 순찰차가 지난 18일 A씨 부부가 탄 차량을 에스코트하고 있다. [사진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난 18일 오전 11시 20분쯤 경기도 광주시에서 성남시 분당구를 향하는 3차선 도로. 순찰차 한 대가 경광등을 켜고 달리고 그 뒤로 경기도 안성에 사는 A씨(36)와 아내 B씨(32)가 탄 차량이 따라가고 있었다. 임신 12주차인 B씨가 갑자기 복통을 호소해 병원으로 가던 길이었다. 순찰차는 도로를 먼저 달리며 주변 차들에 양보를 유도했고 시민들은 길을 터줬다. A씨 부부는 막힘없이 병원으로 향했다.

광주에서 분당으로 가는 곤지암 나들목 인근의 3차선 도로는 보통 1시간 이상이 걸리는 정체 지점이라고 한다. 그런데 A씨 부부는 분당에 있는 여성병원까지 약 20㎞를 15분 만에 도착했다. 순찰차는 사이렌을 울리고 경광봉으로 안내하며 뒤따라오는 A씨 부부 차량이 달릴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A씨는 22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사건 당일 오전 9시쯤 아내의 양수가 샌다는 진단을 받아 분당 소재 여성병원을 가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유산을 앞서 경험한 적 있어 A씨 마음은 더 불안했다.

그는 도로가 막히자 다급한 마음에 112에 전화해 상황을 전했다. “와이프가 임신 12주차입니다. 하복부 통증과 하혈이 있습니다. 분당에 있는 병원으로 가는데 순찰차로 에스코트할 수 있으면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A씨와 곤지암 톨게이트에서 만나게 된 순찰차는 A씨 부부가 탄 차량을 에스코트했다. A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3차선 꽉 막힌 도로를 순찰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길을 뚫어 줬고, 그 뒤를 바짝 붙어 따라갔다”며 “영화나 TV에서만 보던 ‘모세의 기적’을 직접 겪고 있다는 생각에 도로 위에 있는 모든 운전자분에게 죄송하고 감사했다”고 말했다.

자신을 도와준 경찰관에게도 감사를 나타냈다. A씨는 “경찰 도움이 아니었다면 병원으로 가는 데 1시간 넘게 걸렸을 것이다. 정체가 심한 구간”이라며 “경찰관도 위험한 상황이었을 텐데 경광봉으로 지시해주며 잘 따라갈 수 있도록 안내해줬다. 덕분에 무사히 병원에 도착해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여러 검사를 받기 위해 입원했던 B씨는 현재 퇴원한 상태라고 한다. A씨는 이 같은 사연을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올리기도 했다.

A씨 부부를 도운 정수선 경기 광주경찰서 교통안전계 경위는 “당시 시민들이 많이 협조해준 덕분에 업무를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며 “어느 경찰관이라도 그렇게 했을 텐데 관심을 받게 돼 몸 둘 바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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