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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 잡은 베이징은 줄었는데…서울 미세먼지의 '황산암모늄 미스테리'

중앙일보

입력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250㎍/㎥을 기록한 지난해 12월 베이징 징산공원. 중국은 화력발전 및 공장 굴뚝에 대한 배출 규제로 황산화물 비중을 낮췄지만, 다른 종류의 미세먼지가 늘어났다. [EPA=연합뉴스]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250㎍/㎥을 기록한 지난해 12월 베이징 징산공원. 중국은 화력발전 및 공장 굴뚝에 대한 배출 규제로 황산화물 비중을 낮췄지만, 다른 종류의 미세먼지가 늘어났다. [EPA=연합뉴스]

서울과 베이징의 초미세먼지는 서로 비슷한 구성물질을 지녔지만, 화학성분의 구성 비율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22일 나왔다. 중국 당국의 석탄 사용 규제가 이런 차이를 만들었다는 게 연구진의 추정이다.

베이징에 위치한 한중환경협력센터에서 연구를 위해 채취한 미세먼지 시료. [중앙포토]

베이징에 위치한 한중환경협력센터에서 연구를 위해 채취한 미세먼지 시료. [중앙포토]

이날 국립환경과학원의 ‘한중 대기질 공동연구단’은 중국 베이징과 서울의 초미세먼지의 화학 성분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각국 연구기관ㆍ학자 등의 개별적인 연구는 종종 있었지만, 한국과 중국이 공동으로 양국의 미세먼지를 분석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국립환경과학원 측은 설명했다.

공동연구단은 2017년부터 중국 북동부의 베이징ㆍ바오딩ㆍ창다오ㆍ다롄에서 초미세먼지 시료를 채취한 뒤 주요 화학성분을 분석했다. 미세먼지의 화학성분을 분석하면 미세먼지가 나오는 발생원을 유추하는 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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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 베이징과 서울 모두 초미세먼지 성분이 질산암모늄, 황산암모늄, 유기물질 등으로 구성돼 비슷했다. 반면 이들 화학성분의 구성 비율은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베이징의 황산암모늄 조성비(전체의 11%)는 서울보다 약 2배 낮고 유기물질(44%)로 약 1.5배 높게 나타났다. 질산암모늄은 두 도시 모두 비슷한 조성비(베이징 22%, 서울 25%)를 보였지만, 2017년 기준 초미세먼지 고농도 발생 시에는 10% 이상 증가했다. 특히 서울(22%)의 증가 폭이 컸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베이징의 대기질은 빠른 속도로 좋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베이징 초미세먼지 농도는 서울보다 높은 수준이다. 난방 수요가 많아지는 겨울에는 오염이 심해지기도 한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중국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베이징의 대기질은 빠른 속도로 좋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베이징 초미세먼지 농도는 서울보다 높은 수준이다. 난방 수요가 많아지는 겨울에는 오염이 심해지기도 한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이런 조사 결과에 대해 연구단은 “중국 정부가 석탄 등 화석연료 사용을 줄인 효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화력발전의 비중이 큰 중국은 기존 연구에서 황산암모늄의 비율이 높았으나 이번 조사에선 크게 낮았다는 설명이다.

황산암모늄은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를 태울 때 나오는 황산화물(SOx)과 반응해 생성된다. 실제로 중국 당국의 강력한 규제가 시행된 이후인 지난해 베이징의 연평균 이산화황 농도(4㎍/㎥)는 2013년에 비해 85% 줄었다.

베이징의 경우 황산암모늄의 비중은 줄었지만 유기물질은 크게 늘었다. 우정헌 건국대 신기술융합학과 교수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에서 2차로 생성되는 미세먼지가 그만큼 늘었다고 볼 수 있다.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황산화물‧질소산화물 배출만 줄이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서울의 '황산암모늄 미스테리'

미세먼지 원인물질 중 황산화물은 주로 화력발전, 산업시설 등에서 화석연료를 태울 때 많이 나온다. 그러나 발전소가 없는 서울에서 미세먼지 성분 중 황산암모늄(황산화물이 반응해 생긴 것) 비중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도 "아직 원인을 모르는, 특이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중앙포토]

미세먼지 원인물질 중 황산화물은 주로 화력발전, 산업시설 등에서 화석연료를 태울 때 많이 나온다. 그러나 발전소가 없는 서울에서 미세먼지 성분 중 황산암모늄(황산화물이 반응해 생긴 것) 비중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도 "아직 원인을 모르는, 특이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중앙포토]

연구단과 학자들은 서울의 미세먼지 분석 결과  황산암모늄의 조성비가 높다는 점에 주목했다. 조사 결과 서울의 질산암모늄, 황산암모늄 모두 25%씩을 차지했다.

석탄을 많이 쓰지 않는 도심이라면 자동차 등 교통기관에서 주로 발생하는 질산암모늄의 비율이 석탄 발전 등에서 발생하는 황산암모늄보다 높은 게 일반적이다.

때문에 국립환경과학원 전권호 연구관은 “의외의 결과다. 발생원에 대해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건국대 신기술융합학과 우정헌 교수도 “서울의 황산암모늄 비중이 높은 점이 특이한데, 짐작할만한 원인이 없어 의문이다. 앞으로 추가 조사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두 도시 모두 고농도 땐 '교통 가스' 급증 

서울과 베이징 두 도시 모두 고농도 초미세먼지가 발생할 때 질산암모늄의 비중이 높아졌다. 질산암모늄은 자동차 배출가스나 산업 분야에서 주로 나오는 질소산화물(NOx)이 공기 중 암모니아 등과 만나 생긴다.

연구단은 “자동차 등 교통 부분의 발생량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2017년 자료에 따르면 35㎍/㎥ 이상의 고농도 초미세먼지가 발생한 23일 동안 서울의 질산암모늄 농도(23㎍/㎥)는 평소보다 22% 높았다. 75㎍/㎥ 이상의 고농도 초미세먼지가 발생한 베이징도 49일간 평균 질산암모늄 농도만 해도 53㎍/㎥에 달했다.

이번 조사는 베이징과 서울의 미세먼지를 각각 분석해 발생원을 추정하는 게 일차적인 목적이다. 전 연구관은 “미세먼지가 국경을 얼마나 넘어오는지를 따지려면 우선 각 도시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을 낱낱이 분석해야 한다. 향후 계속 연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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