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61%"사법 민주화 미흡"|서울 변호사회 2백50명 설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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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사법 민주화를 요구하는「6·15법관서명 파동」이후 변호사출신의 재야인사 5명이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에 기용됨으로써 민주화의 기틀이 마련됐으나 우리 나라 변호사의 61%는 법관의 신념과 용기부족으로 아직도 사법민주화와 사법권 독립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있다.
또 변호사의 90%가 현재 사법부가 소신과 정의감에 따라 재판하려고 노력은 하고 있으나 비난대상 인물이 아직 사법부에 그대로 남아있어 외부의 압력과 간섭에 여전히 영향을 받고 있으며 이는 사법민주화의 커다란 장애가 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서울지방 변호사회(회장 함정호)가 지난해 소장법관들의 서명 운동으로 시작된 「6·15사법파동」1주년을 맞아 전국변호사 1천여명을 대상으로「6공 출범이후 사법부 변화추이」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 전체 대상자 중 회신을 보내온 2백7명의 응답내용을 분석한 결과 밝혀졌다.
11일 분석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61·5%(1백58명)는 과거의 타성에 젖은 법관들의 용기결여와 민주화에 대한 의식부족으로 사법부 독립과 민주화가 기대이하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따라 전체 응답자중90·7%(2백33명)가 사법부 독립과 민주화를 위해서는 제도의 완비나 권한의 강화보다 사법부의 독립을 지켜나가려는 법관의 꿋꿋한 용기와 신념(71·6%) , 독자적인 인사권과 예산 편성권 확립(19·1%) 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시국사건이 양산되고 있는 6공 하에서 법관의 자세나 태도가 과거와 달라졌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53·7%(1백38명)가「달라지려고 노력하는 것 같으나 결과는 마찬가지다」19·8%(51명)가「과거와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고 대답, 시국·공안사건에 대한 법원의 시각이 크게 변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안정국을 간접적으로 부채질해 온 사실이 부분적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결과의 배경과 관련해 응답자중 95·3%(2백45명)가 외부압력에 굴복하거나 현실과 적당히 타협, 또는 적극적으로 권력에 영합했던 법관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응답하는 한편 60·7%(1백56명)는 아직도 비난받을 인물이 사법부에 그대로 남아있고 27·6%(71명)는시국의 변화에 따라 생겨날 수도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는 반응을 각각 보였다. 또 시국사건공판에 대한 외부압력과 간섭에 대해서는 50·6%(1백30명)가 소신과 정의감에 따라 재판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듯 하지만 역부족이라는 견해를 보인 반면 27·6%(71명)는 압력과 간섭이 존재한다고 응답했다.
또 압수수색이 강제수사의 방법으로 구속에 못지 않게 인권침해 요인이라고 비난받고 있는 가운데72·4%(1백86명)는 법관의 기존 사고방식에 변화가 없어 6공화국 들어서도 압수수색영장 발부가 과거에 비해 달라진 것이 없으며 시국사건의 경우에는 오히려 남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형사사건은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며 형사소송법 규정상 구속영장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사유가 있고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발부토록 돼 있음에도72%(1백87명)는 법관들이 구속을 응징수단으로 보는 동시에 검사의 청구에 대한 견제가 부족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며,15·2%(39명)는 시국사건의 경우 구속이 정치적으로 악용되기도 하는 만큼 91·4%(2백35명)가 구속영장발부 때 법관의 피의자 심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보석허가제도에 대해서는80·8%(2백8명)가 별로 달라진 것도 없으며 오히려 과거보다 더 엄격해지고 까다로워 졌다는 반응을 보였으며, 보석허가신청 후 변호사가 직접 담당재판부를 찾아가 부탁하는 것이 관행 아닌 관행으로 되어온 만큼 이는 법원 측이 보석허가를 은전으로 생각하는 권위주의적인 사고방식에 아직도 젖어있는 결과(84·4%)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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