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왕손 부부, 캐나다로 이사한다는데...곤혹스러운 캐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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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해리 왕자와 마클 왕자비. [로이터=연합뉴스]

영국 해리 왕자와 마클 왕자비. [로이터=연합뉴스]

최근 ‘독립’을 선언한 영국 해리 왕손 부부가 캐나다로 이주하겠다고 밝힌 뒤 캐나다에서도 ‘메그시트(Megxitㆍ메건 마클 왕손비의 왕실 독립선언)’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현지 매체는 사설을 통해 왕손 부부의 이주를 반대했고, 여론도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지난 8일(현지시간) 해리 부부는 영국 왕실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했다. 유래없는 왕실가족의 ‘독립선언’은 ‘메그시트’라는 신조어를 만들었고, 전 세계가 왕손 부부의 행보에 관심을 쏟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새로운 보금자리가 될 캐나다는 정작 환영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엘리자베스 여왕을 형식상의 국가수반으로 둔 영연방 국가인 캐나다로서는 해리 부부를 ‘시민’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난처하기 때문이다.

캐나다의 유력지 글로브 앤 메일도 ‘왜 우리의 왕가는 캐나다에 살 수 없는가’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해리 부부의 입국을 반대했다.

신문은 “바다 건너 가상의 존재”였던 왕실이 실제로 거주하게 되는 건 의미가 다르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또 다른 매체는 캐나다 정부가 해리 부부의 신분을 규정할 법규정이 미비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영국 왕실은 영연방인 캐나다에선 ‘캐나다 왕실(Monarchy of Canada)’로 불리기 때문에 해리 부부는 캐나다 왕실의 구성원이 되는데, 신분이 왕족이라는 이유로 캐나다 시민권을 부여하는 법조항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호 비용을 비롯한 금전적인 문제도 논란의 대상이 됐다. 캐나다 납세자 연맹(Canadian Taxpayers Federation)은 해리 부부 경호에 소요되는 비용 지원을 거부하는 온라인 청원을 개시했다. 부부의 이주가 세금 문제로 이어지자 논란은 더욱 가열됐다. 결국 빌 모노 재무장관은 현지 방송을 통해 경호 비용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이루어진 바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다른 목소리도 나온다. 캐나다 델타에 거주하는 제이슨 한(25)은 “영국과 캐나다가 한 여왕을 두고도 서먹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더 돈독해질 수 있을 거 같아 찬성하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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