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대마밭」채취꾼 법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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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정선=이찬호 기자】강원도 정선·평창·삼척일대 대마 밭에 서울 등지의 학생·20대회사원·유흥업소 업주들이 몰려 대마 잎을 몰래 채취, 밀반출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주말을 이용, 자가용을 타고 몰려드는 이들은 심할 경우 4∼5명이 아예 대마밭 근처 야산에서 등산객을 가장, 야영하며 대마 잎을 따가거나 대마초를 흡연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강원도일대에 대마 채취꾼들이 몰리는 것은 강원도 산간지대에서 대마를 집단적으로 재배하고있어 이를 몰래 채취할 경우단속의 손길을 쉽게 피할 수 있고 특히 대마밭 인근야산에는 야생 대마초까지 많이 자생, 대마초 채취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서울 등지의 대마채취꾼들은 채취한 대마초를 서울·경기일대의 유흥업소·회사원들에게 밀매하고 있으며 심지어 고등학생들에게까지 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0일 대마초흡연으로 퇴학 등 무더기 징계를 당한 인천S고교 등 학생 29명도 수원에 사는 상인이 강원도에서 채취해온 대마씨앗을 구입해 피워온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외지사람들에 의한 대마초 밀반출이 크게 늘자 가두검문검색을 강화. 5일 오전11시쯤 강원도 정선군동면화암4리에서 대마잎 15kg을 채취, 등산배낭에 숨겨가던 김두원씨 (29·경기도 의왕시 오전동83) 등 2명을 검거, 대마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한 것을 비롯해 정선군관내에서만 지난1주일새 밀채취꾼등 l2명을 적발, 구속했다.
강원도내에서 올 들어 대마를 밀반출하다 구속된 사람은 모두 85명이다.
강원도정선군 동면 호촌리 전한석씨(65)는『8월 하순부터 낯선 20대 청년들이 몰려와 대마밭 근처에서 놀며 잎을 피우거나 따가는 일이 많아졌다』며 『경찰에 신고는 하지만 등산객을 가장하거나 곧 떠나버려 단속이 거의 힘든 실정』이라고 말했다.
밀채취꾼들은 재배농가가 대마를 뽑고 난 뒤 종자채취를 위해 남겨둔 대마까지 훑어가 농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까지 있다.
정선경찰서 권선일 수사과장은 『대마 밀반출을 막기 위해 주민신고·가두검문 등을 강화하고있으나 이들이 차량을 이용, 관광객을 가장하고 있어 단속이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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