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전날(8일) 오후 단행한 검찰 검사장급 이상 인사에 대해 진보 진영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검찰개혁’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검찰의 수사권력을 장악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심에서다.
정치권에서는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 대안신당)’ 협의체에 참여하고 있는 친여(親與) 성향의 정당에서 쓴소리가 나왔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9일 당 상무위원회에서 “추미애 장관의 검찰개혁 의지는 이해하지만, 무리한 절차적 문제로 검찰 장악 의도로 읽힐 수 있다”고 꼬집었다. 심 대표는 “대통령의 인사권은 마땅히 존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정부는 현재 권력을 수사하고 있는 대검(찰청) 지휘부에 대한 인사를 장관 취임 5일 만에 결행한 것에 대해 국민의 우려가 크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평화당은 전날 인사 직후 ‘법무부 검찰인사 지나치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박주현 수석대변인은 “인사권이 대통령에게 있다고 해도 검찰권의 독립은 중요한 가치”라며 “검찰의 현 정권 관련 수사에 대한 법적·여론적 판단은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섣불리 개입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그 누구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검찰개혁이 살아있는 권력이 불편해하는 부분을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진보 성향 인사들도 가세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검찰 인사 후 페이스북에 “친문(親文) 양아치들, 개그를 하네요. 알아서 나가란 얘긴데 윤석열 총장, 절대 물러나면 안 됩니다. 수치스럽고 모욕스러워도 나라를 위해 참고 견뎌야 합니다. 손발이 묶여도 PK(부산·경남) 친문의 비리, 팔 수 있는 데까지 최대한 파헤쳐 주세요”라고 썼다. 그는 “이 부조리극은 문재인 대통령의 창작물”이라고도 했다.
김경율 전 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도 전날 페이스북에 “작금의 사태를 잘 설명해주는 유툽(유튜브)”이라며 한 동영상 콘텐트를 공유했다. 해당 콘텐트의 제목은 ‘윤석열 무장해제 인사. 문재인 정부의 수사 무마 인사. 직권남용, 수사무마, 사법방해. 공무집행방해’였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해 9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현 여권을 향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년 반 동안 조국은 적폐청산 컨트롤 타워인 민정수석의 자리에서 시원하게 말아 드셨다”며 거칠게 비판해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가 모든 직책에서 사임처리됐다.
진보 성향의 경제학자인 우석훈 내가꿈꾸는나라 공동대표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인사라는 건 너무 많은 메시지를 담으면 안 좋다. 화가 나더라도 균형감각을 가져야 한다”며 “물론 검찰도 과했고 검찰에 불만이 있을 수는 있지만,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한 것인데 불편하다고 그걸 인사로 하는 건 집권 세력도 똑같은 수준이 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론자’인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이날 통화에서 “원인 제공은 검찰이 했다”면서도 “윤석열 총장의 측근을 다 날려버리는 인사는 조금 과도한 면이 있다. 인사권을 갖고 검찰 권력을 길들이려고 한다는 점에서는 과거 정권과 다를 바 없을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할 수 있는 것은 필요한 수사에 대한 윗선의 중단·축소 요구에 저항하는 것”이라며 “실제 축소된다면 검찰은 어떤 정권이든 영향을 받는 기관으로 남게 된다”고 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